작년 한달 간 무려 1만여개
민간 귀책사유 파악 어려움
"제도적 결함에 막대한 비용"
용인·안산 등 일부 지자체
시설 유지보수 중단할 지경
▲ 최근 지자체들이 도로명주소 시설 유지비(훼손·분실)등으로 막대한 비용이 발생되고 있다. 사진은 1번 국도변에 설치된 도로명 주소 안내판. /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경기지역에서 매년 많은 '도로명주소 안내시설'이 훼손되거나, 분실되면서 막대한 재정이 낭비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도로명주소는 아직 관리·책임주체, 처벌기준 등 제도적 기반이 다져지지 않은 상태다. 예산이 부족한 일부 지역은 시설 설치나 유지보수 등을 중단할 지경에 이르러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행정안전부, 도내 지자체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07년 새 주소 도입 등의 내용이 담긴 관련법이 제정된 이후 약 4000억원의 예산을 투입, 2014년 도로명주소 제도를 전면 시행했다.

지자체들은 그 뒤로부터 파란색 바탕에 도로명과 건물번호, 상세주소(동·층·호)가 적힌 안내판을 지역 도로 및 건물에 부착하는 작업을 벌였다.

이렇게 설치된 시설(도로명판·건물번호판·기초번호판 등)은 지난해 기준 전국에 700여만개, 경기지역은 100여만개에 달한다.

하지만 최근 지자체들이 도로명주소 시설로 인해 막대한 비용이 유발되고 있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자체 관리 인력의 한계로 많은 시설들이 훼손·분실되고, 돈을 들여 고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은 지자체가 연 1회 이상 도로명주소 시설을 조사한 뒤, 없어지거나 훼손된 시설은 재설치 등 복원 조치토록 하고 있다.

만약 소유·점유자(건물주·개발사업자 등)의 귀책사유가 있을 시엔 당사자가 그 비용을 부담해야 하지만, 사실관계를 파악하기 어려워 결국 지자체가 책임지는 구조다.

이런 이유로 도내 지역 1곳당 한 해 수천만원에서 최대 수억원, 전 지역을 통틀어 무려 10~30억원의 관련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적 결함으로 발생되는 문제를 혈세로 메우고 있는 셈이다.

실제 행안부가 지난해 10월~11월 한 달간 경기도 31개 시·군과 합동으로 '도로명주소 시설 일제조사'를 실시한 결과, 무려 1만여개 시설이 훼손되거나 없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훼손 사유는 주로 오염·탈색·벗겨짐 등이었고, 분실의 경우 대다수가 '원인불명'이었다.

전체 시설 대비 훼손·분실률은 1~2%로 높진 않지만, 수원·고양·화성·김포·시흥·군포·이천 등 지자체들이 도로명판 약 22억2300만원과 건물번호판 4700만원 등 23억원에 가까운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원인을 제공한 자에게 책임을 문 사례는 극히 드물었다. 대상시설에서 3% 수준인 300여개 시설만 소유·점유자가 비용을 부담하기로 했다.

지자체가 비용 부담이 가중되자 시설 정비복원에 당장 나서지 못하는 일도 나오고 있다.

현재 용인·안산·의정부·파주 등 일부 지자체는 당장 예산을 편성하지 못해 문제 시설이나 훼손 시설로 그대로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자체 한정된 인력이 수많은 도로명주소와 관련된 시설을 감시하고 있어 훼손이나 분실 등에 취약하다"며 "굳이 쓰이지 않아도 될 예산이 불가피하게 쓰이고 있단 것은 큰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행안부는 도와 시·군의 요구로 도로명주소 시설에 대한 소유·점유자 관리와 처벌기준 등을 강화하는 내용의 제도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