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환 논설실장
자고나면 곳곳에서 '출마의 변'이 쏟아져 나오는 계절이다. 주민들은 시큰둥하다. 좀 설친다 싶더니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이다. 그래서 매우 드물지만 '불출마의 변'이 더 귀에 들어온다. 정치 판세가 영 여의치 않아서거나 비리 연루 등의 경우도 있다. 그러나 나서기만 하면 '따 놓은 당상'임에도 스스로 내려서는 이들도 있다. 지역에서는 김만수 부천시장이 그런 경우가 아닌가 싶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청와대의 대변인을 지냈다. 한 때 그들 그룹에 대해 일종의 선입견이 있어 온 것도 사실이다. 즉 옳은 말을 싸가지 없게 한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논쟁적이고 정의를 독점한 듯 하는 자세다. 과문한 탓인지는 몰라도, 김만수에 대해서는 그런 얘기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30대 초반에 부천시의원을 지냈고 2차례 부천시정을 맡았다. 그라고 해서 비난하는 소리들이 왜 없었을까. 그러나 '대체로 합리적'이라는 평가가 그의 별명처럼 통했다. ▶김만수는 재임 중 지방행정개혁을 성사시켰다. 옥상옥(屋上屋)인 줄 알면서도 아무도 엄두를 못낸 행정구를 폐지한 것이다. 3개구를 없애 다단계식 행정구조를 뜯어 고치고 행정력을 주민생활 현장으로 집중시켰다. 70여년만의 변화라고 한다. 관료제의 파킨슨 법칙이란 게 있다. 공무원 수와 높은 자리는 스스로 확장한다는 것이다. 하나 둘 늘어나기만 해 온 구청장 자리를 없애 주민 곁으로 보낸 것이다. ▶'대체로 합리적'은 능수능란이나 고도의 노회함과도 통하는 모양이다. 좀 큰 일이 있으면 그는 시의회의 야당 의원들부터 찾았다고 한다. 프로축구팀(부천FC)을 팍팍 밀어주려 해도 의회에 막힐 때가 많았다. 야당의원들이 '부천FC사랑모임' 결성에 앞장서면서 술술 풀렸다. 때로 미끼를 던지고 회유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게 불완전한 인간 세상의 진정한 '정치'가 아닐까. 보수든 진보든 '대체로 합리적'인 정치인이 늘어나야 이 나라가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는 지난해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했다. 모두 탄핵 정국의 귀추만 쳐다보고 있을 때다. '자신감이 자만으로 흐를 수도… 저도 재충전이 필요… 끊임없이 새로운 리더십이 충원돼야.' 정치인의 변이지만 듣기에 좋다. 그는 아직 연부역강하다. 더 큰 정치에의 야심을 키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 어디서든 '대체로 합리적'이기를 주문한다. 그리고 훗날 다시, 박수칠 때 스스로 내려오는 모습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