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명예교수
이상적 화해정책 아래 버거울 정도의 엄청난 경제적 지원을 하면서 민족적 선의(善意)를 표했지만 그에 대한 보답은 끝없는 무력도발이었다. 급기야 "핵단추는 내 책상 위에 항상 있다"는 신년사를 전해 들으며 새해가 밝았다. 결국 공허한 희망이 자초한 최악의 안보위기이며, 치명적 착각 때문에 예견된 불안감 속에 전 국민이 새해를 맞았다는 얘기다.
마치'롤러코스터'를 타는 민족인 듯 우리는 왜 이토록 극과 극을 오가며 끊임없는 시련과 역경을 견뎌야 하는가. 짜증스럽기까지 하다. 따라서 한가롭게 덕담을 나눌 기분도 아니다. 오직 '현대인은 하루 동안 25번 곰을 만난다'(김종성, 2013)는 말이 설득력 있게 느껴질 뿐이다. 이 말은 한국인이 정치·국회·사회·언론·사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해오는 악성 스트레스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을 '곰을 만나는 것'으로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지금 국가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무엇인가? 시각과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공통점은 일곱 가지다.
하나, 정치권이 진지한 자세로 국가발전의 미래 비전과 진로에 대해 말을 아낀다는 점. 둘, 핵 전쟁 위기의 북핵문제 대책에서 지남력을 상실하고 '갈라파고스화'되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 셋, 정부, 국회의원(정치인), 사법부, 언론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임계점에 다가가고 있다는 점. 넷, 저급의 정치 문화 때문에 국민들이 두 동강 나서 오월동주(吳越同舟)와 동상이몽(同床異夢)의 행진을 하고 적전 분열의 최악의 상황이 고착화되고 있는 점. 다섯, 각 분야 고학력 지도층과 권력 및 명예를 거머쥔 사람들, 국가 대표급 시험선수 출신들, 일부 부유층들의 썩은 냄새가 사회 오염의 핵심적 요인이라는 점. 여섯, 북한을 상대하는 데 더 이상의 수업료와 낭만적 감상주의, 그로 인한 국민들의 좌절·낭패감이 또 필요한 것인가라는 점. 일곱, 각 분야 존경을 받는 원로와 지식인들이 입을 닫거나 눈치를 보는 대신 '깜도 안 되는 것들이 큰 소리치며'(WSJ, Evan Ramstad, 2011) 기세등등한 점 등이다. 그렇다면 지금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가. 지면 관계상 두 가지만 생각해 보자.

첫째, 승리했으면 냄새 나는 운동복을 벗고 '링' 밖을 보고 세계의 흐름을 감지해야 한다. 운동선수들을 보라. 승리하는 순간 태극기를 들고 운동장을 한 바퀴 돈다. 단체경기의 축구·야구선수, 개인경기의 육상·빙상·복싱 선수, 심지어 10인치 높이(25.4㎝)의 피처마운드로 선수 전원이 달려가 태극기를 꽂지 않는가. 어느 선수도 응원석의 가족과 부모 앞으로 달려가지 않는다. 승리하는 순간 운동장·트랙·코트·얼음판·링 주변·가족이라는 진영논리를 벗어나 국가를 생각하고 태극기를 들고 애국심을 발휘한다. 국민 모두 감동하는 이유다. 둘째, 멀리 넓게 보면서 국가 발전의 비전 제시와 미래를 말해야 한다. 향우회와 동창회 중심, 끼리끼리의 패거리 정치(이영희, 1995, 1997)의 '근친 결혼(?)'이 시대정신으로 될 수 없다. 근친 결혼의 해악이 얼마나 큰지는 상식 이전의 문제가 아닌가. 최소한 다음의 문헌자료를 다시 정독하면서 시사받기를 권하고 싶다. 공병호의 '10년 후 한국'(2004)과 '한국, 번영의 길'(2005), '대한민국선진화 전략'(박세일, 2006), 그리고 '한국의 몰락'이라는 기획 특집에서의 7가지 요인(월간중앙, 2011. 8월호), '한국사회를 바꾸자'는 제목 하의 20개 정책 의제(주간경향, 2012. 6.5), 류동길의 저서 '경제는 정치인이 잠자는 밤에 성장한다'(2012), '리셋 코리아'라는 제목 하의 5가지 정책 제언(매경이코노미, 2013. 7.3), '대한민국 재도약의 조건'으로 제시한 4가지 제언(한경BUSINESS, 2014. 10. 25) 등이 그것이다.

'경제는 정치인이 잠자는 밤이나 공무원이 체육대회를 하는 시간에 성장한다'(류동길, 2014)는 말을 재음미할 때다. 일본이 왜 경제대국인가? 경제단체연합회(經團聯) 요네쿠라 히로마사(米倉弘昌, 2011) 회장이 민생을 제쳐 두고 정쟁에만 몰두하는 국회의원을 향해 "당신들은 봉급 도둑"이라고 질책할 정도로 기업인이 힘이 있기 때문 아닌가. 경제가 살아야 하고 기업인이 신바람 나야 한다. 기업인들이 여의도에 불려가 죄인 취급당하고, 경제·사법·교육·언론 등 모든 문제를 정치논리로 접근하는 국회의 모습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그 자체가 최악의 스트레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