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증제를 무색하게 하는 불법 광고물. /사진제공=경기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 전체가 정체성(Identity)을 만드는 데 몰두해 왔다.

캐릭터를 만들고 브랜드 슬로건을 기관명과 함께 쓰는 방식으로 말이다.

급기야 지역 특산품인 농축산물을 형상화 한 가로등, 기차 모양의 버스승강장까지 등장하고야 만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까지 그것을 공공디자인이라고 말해 왔다.

그런데 이는 공공디자인에 대한 잘못된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다.

공공디자인은 대상이 시설물이며, 조형적으로 아름다워야 하고, 지역의 정체성을 포함해야 한다는 생각들 말이다.

그렇다고 이런 생각이 모두 잘못됐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공공시설물은 지역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도구가 아니라 기능이 강조돼야 하는 도시 구성요소의 일부라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경기도는 2009년부터 '공공시설물 우수 디자인 인증제'를 운영하고 있다.

한마디로 가로등, 펜스 등 공공시설물 디자인의 우수성을 경기도지사가 인증하는 제도다.

궁극적으로 공공시설물의 디자인 수준 향상을 통해 품격 있는 도시환경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다.

그러나 시민의식은 아직 그만큼 따라오지 못하는 것 같다.

도시에는 보행을 위한 혹은 교통, 휴식 등과 관계된 다양한 시설물이 놓인다.

그런데 도심 가로변 전신주, 가로등을 보면 불법 광고물이 누더기처럼 붙어 있다.

심지어 부착방법은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광고를 영업에 활용하는 마음은 어찌 보면 이해가 된다.

하지만 가로등과 신호등에 불법으로 부착된 광고물은 도시경관을 크게 훼손할 뿐 아니라 제거를 위한 인력, 시간과 비용 등 손실이 크다.

이제는 도시경관을 위해서라도, 적어도 타인의 눈살을 찌푸리지 않게 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