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주 나몰라라 … 노동계 "약한 처벌 악용 근로기준법 개선돼야"
"임금을 떼인 노동자는 생활고를 겪는데 사업주는 나 몰라라 한다."

두 달 밀린 임금을 1년 동안 받지 못한 A(51)씨 등 건설 현장 노동자 7명은 사업주의 무책임한 행태에 분개했다.

이들은 지난해 3월부터 6월까지 평택시 월곡동 상가 신축공사현장에서 콘크리트 거푸집 제작작업을 하는 목수로 일했다. 하지만 이들은 이날까지 3000여만원(7명분)을 받지 못했다. 현재 사업주는 이들의 임금을 체불하고 잠적한 상태다.

안산의 한 스포츠센터에서 헬스트레이너로 일하는 B(29)씨는 한 달 치 임금 105만 원을 2년째 받지 못해 사업주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준비하고 있지만 녹록지 않아 낙담에 빠졌다.

B씨는 "노동청에서 지급명령을 내렸지만, 사업주는 이마저도 거부했다. 적은 금액이라서 민사소송을 하기가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매년 경기지역에서 수만명의 노동자들이 사업주의 악성 임금체불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10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관할지역인 수원·화성 ·용인지역 임금체불 신고건수는 2016년 2만3230건, 2017년 2만3130건으로 나타났다. 이 중 노동부의 지급명령을 거부한 사업주는 1만90여명에 달한다. 2016년 임금체불액수는 828억원으로 2015년(648억원)보다 27% 늘어났다. 경기도내 31개 시·군으로 확대하면 임금체불 건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임금체불에 관한 처벌 강도가 솜방망이에 그쳐 이를 악용하는 사업주들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임금 체불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하지만 대부분 최대 벌금액의 20~30% 수준의 금액으로 처벌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때문에 일부 사업주들은 체불임금보다 벌금이 적은 경우 벌금만 내고 체불임금 지급을 미루고 있다.

근로기준법 위반에 대해 수사를 하는 근로감독관이 턱없이 부족해 전문성, 신속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문제다.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근무하는 근로감독관은 총 39명이다. 근로감독관 1명이 년간 맡은 임금체불 관련 수사건수는 500건 이상이다.

노동계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금체불에 대한 처벌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임금체불은 엄연한 범죄행위지만 이를 악용하는 사업주들이 많고, 처벌규정도 약하다"며 "근로기준법 등을 개선하지 않으면 임금체불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임금체불 재발 방지를 위한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다"며 "이 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 임금체불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고액·상습체불사업주 명단 공개 및 신용제재 대상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