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향민 2만여명 2년3개월째 상봉 단절 … 설 계기로 재회 성사 '기대'
총성이 빗발치던 암흑의 1950년대.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황해도 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등진 채 남한으로 내려왔다.

고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경인지역에 자리를 잡은 실향민들은 전쟁이 끝나면 곧 돌아가겠노라고 고대하고 있지만 벌써 70년 가까운 세월이 무심히도 흘러갔다.

이산가족 상봉은 태어나 자란 고향땅을 지척에 두고도 수십 년 동안 바라만 봐야 했던 실향민들에게 유일한 희망이었다.

남북은 1985년 9월 이산가족 고향방문단이 상봉한 이래 총 21차례의 대면 상봉을 했다.

4185가족, 총 1만9928명이 재회했으며 화상으로 7차례 상봉이 성사돼 577가족, 3748명이 생사를 확인했다.

679명의 이산가족은 서신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유일한 희망의 끈은 끊어지고 말았다.

2015년 10월 금강산에서 열린 상봉을 마지막으로 2년 3개월째 이산가족들은 '기약 없는 단절'에 속만 끓이고 있다.

9일 문재인 정부 첫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우리 측이 이산가족 상봉을 거듭 제안하며 설을 계기로 만남이 성사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경인지역에 터를 잡은 2만여명의 실향민들의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통일부의 '이산가족 정보 통합시스템'을 살펴보면 지난해 말 기준 경인지역 실향민수는 경기 1만7524명, 인천 4904명 등 2만2500여명에 달한다. 서울도 1만6132명으로 경인 다음으로 많다.

이들 중 북측의 가족을 직접 만난 비율(%)은 한 자릿수에 그쳐 대다수의 실향민들은 이번 이산가족 상봉 성사 여부에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한적십자사 경기지사 관계자는 "전쟁이 금방 끝날 줄 알고 빨리 돌아가기 위해 많은 실향민들이 경인지역에 터를 잡은 것으로 안다"면서 "대다수가 그때의 모습을 아직까지 생생하게 기억하신다. 많은 분들이 이산가족 상봉을 기다리고 있는 만큼 좋을 소식이 들려오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최현호·곽안나 기자 vadasz@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