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개정실천운동 인천본부 회원들이 8일 저녁 동암역 광장에서 매서운 추위와 진눈깨비가 몰아치는 속에서도 '국민주권시대 개막'을 위한 헌법 개정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촛불시민혁명으로 불붙었던 헌법 개정 움직임이 주춤거리고 있다. 권좌에서 밀려난 수구세력은 예상대로 사회주의 헌법 운운하며 발목을 잡고 나섰다. 정치권도 여야 가리지 않고 권력 구조 개편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권이 자신들의 권력 유지에 개헌을 이용하려 든다'는 비판이 들끓고 있다.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은 일찌감치 '주권자의 손으로 촛불헌법을 만들기 운동'에 돌입했다. 이 운동은 들불처럼 전국으로 번져 나갔고, 인천에서도 시민모임이 결성됐다.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60여명은 지난해 5월 '헌법개정실천운동 인천본부'를 출범시켰다. 인천본부는 '국민의 참여로 국민중심의 개헌을 쟁취한다'는 기치를 내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국민발안제와 국민투표제 ▲국민소환제 ▲지방분권 개헌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염성태, 황진도, 이민우, 송경평 공동대표와 집행위원장을 맡은 김재용 변호사가 인천본부를 이끌고 있다.

● 헌법 개정 추진 상황

지난 8일 오전 국회에서는 국회의장과 여야 3당 원내대표가 만났다.

정세균 의장은 개헌특위(헌법개정·정치개혁)와 사개특위(사법개혁특위)의 조속한 출범을 주문했다. 하지만 여야는 개헌시기와 내용에 대해서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당은 2월 안에 국회 안을 마련한 뒤, 6월 개헌 투표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6월 지방선거 동시 투표 불가론'을 제기하며 '연말 투표'를 고수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시기 결정에 앞서 개헌 내용부터 먼저 결정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른 권력구조 개편 문제에서도 여야 3당은 서로 다른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민주당은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야당은 이원집정부제나 의원내각제를 각각 선호하고 있다.

● 시민사회 반발

이처럼 여야가 제 각각 다른 입장을 보이는데 대해 시민사회는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국민주권 개헌행동은 같은 날인 8일 국회 앞 모여 지지부진한 개헌 움직임을 성토하고 나섰다.

이장희 공동대표는 "개헌을 국회에 맡겨서는 6월 지방선거 동시 투표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국회가 이를 방기한다면 6월 개헌을 공약한 문재인 대통령이 앞장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특히 "정치권이 합의를 하지 않으면 주권자가 다시 촛불을 들고 개헌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 헌법개정실천운동 인천본부의 개헌 추진 방향

국민주권 개헌행동에 동참하고 있는 인천본부도 이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정치권이 '촛불 혁명 의지를 담은 헌법 개정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불신을 감추지 않는다.

인천본부가 주력하고 있는 개헌 방향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김재용 정책위원장은 "이번 촛불개헌의 가장 큰 목표는 행복추구권과 국민주권시대 개막"이라고 설명한다.
이중 국민주권 확대의 핵심요소로 국민발안제와 국민투표제, 국민소환제 등 3가지를 꼽았다.

● 직접민주주의 제도인 국민발안제와 국민투표제, 국민소환제

이번 개헌은 시민촛불혁명의 정신을 담아내야 한다는 것이 한결같은 국민들의 여망이다.

직접 민주주의 제도를 도입해 수구 정권을 끌어내린 국민의 주권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이 수구·보수 세력의 전횡 이외에도, 여야 정치권 모두가 책임져야할 문제라는 인식에서다.

여기에 간접민주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행 제도상의 허점이 오늘의 문제를 누적시켰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상태다.

● 국민발안제, 국민투표제

국민발안제는 일정 수 이상의 국민이 모여 헌법 개정안이나 법률안을 직접 제안하는 제도를 말한다. 국민투표제는 국회의 법률이나 정책 안 등 선거 이외에 국가 주요 사안에 대해 국민이 직접 투표를 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우리 헌법에도 1954년 2차 개헌 때 도입된 적이 있다. 하지만 역사상 유래 없는 악법인 1972년 7차 유신헌법 개헌 때 폐지되고 말았다.

이와 관련해 국회의장 직속 헌법개정자문위는 국회의원 선거권자 100분의 1 이상 서명으로 법률안과 국가정책에 대해 발안과 투표를 할 수 있는 개헌안을 제시했다.
국회의원 선거권자 60만 명이 서명을 하면 헌법 개정안을 발의할 수 있는 조항도 제안했다.
국회 입법조사처에서도 '대의 민주주의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이를 조화시키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 보수세력과 자유한국당은 '국회 권력을 무력화하고 헌법과 입법권을 좌지우지하는 독소조항'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 국민소환제

선거를 통해 선출된 자 중에서, 유권자들이 부적격하다고 생각하는 자를 임기 전에 국민투표에 의해 파면시키는 제도다.

우리나라에서는 4·19 혁명 이후 60년 헌법에서 공무원 파면 청구권 형태로 도입되었다가 박정희 군사정권의 5·16 쿠데타로 사라지고 말았다.
이후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법과 2007년 주민소환법이 시행되면서 '지방자치단체장'에 한해 이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입법권자인 국회의원에 대해서는 소환제도가 도입되지 않았다. 자신의 목에 방울을 달 양심적이고 용기 있는 국회의원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헌법개정자문위는 '국회의원 선거권자 100분의 1 이상이 국회의원 임기 만료 전 소환하여 투표를 통해 파면'하는 국민소환제 도입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서도 보수 세력은 "독재권력을 견제하려는 국회의원을 쫓아내려는 무리한 개헌 시도"라고 비판하고 있다.

● 헌법개정실천운동 인천본부 향후 계획

인천본부는 2017년 5월 31일 출범 이후 매주 월요일 동암역 광장에서 시민 서명전을 벌여왔다.

같은해 6월 24일에는 '국민참여 개헌 시민행동'과 함께 광화문 기자회견과 서명 전에 동참했다.
7월과 9월에는 국회에서 개최된 범 시민토론회에 참여한데 이어 11월에는 '국민주도 헌법 개정 전국 네트워크', '정치개혁 공동행동'과 주권자 대회를 공동 주최했다.

인천본부는 새해 들어 이달 중순부터 대 시민 여론전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오는 6월 개헌을 통해 촛불 헌법을 시민의 힘으로 쟁취한다는 목표 아래, 7회에 걸친 원탁토론회를 이어간다. 이를 통해 ▲촛불혁명 정신 새 헌법에 담기 ▲민생복지 기본권 강화 개헌 ▲경제 민주화 ▲간접 민주제 개혁안 ▲국민주권 제도화 개헌 등에 대한 의견을 모아나갈 방침이다.
김재용 집행위원장은 "이번 개헌에서는 직접 민주주의를 강화한 헌법을 반드시 쟁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정찬흥 기자 report6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