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검찰이 연매출 5000억~6000억원 규모의 자동차 내장재 기업 동광그룹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자회사 사이의 지분거래·자금대여·지급보증에 따른 업무상 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인천지검 공안부(김웅 부장검사)는 9일 오전 수사관을 급파해 계양구 작전동에 위치한 동광그룹 본사와 강원도에 위치한 그룹 소속의 고성연수원을 압수수색했다. 고성연수원은 그룹일가의 숙소로 쓰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광그룹은 1966년 동양이화라는 이름으로 출발한 자동차 내장재 전문생산업체다. 그룹일가는 에스에이치 글로벌·에스에이치비피·동광기연·에스에이치아이엔티 등 자회사 지분을 나눠가지거나, 자회사 사이에 상호출자·순환출자하는 형태로 그룹을 경영하고 있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동광그룹의 2013년 기준 매출은 5985억원 정도다.

동광그룹은 지난해 초 핵심 자회사 중 하나였던 동광기연이 설 연휴를 앞두고 경영난을 이유로 직원 62명을 한꺼번에 해고하면서 여론의 전면에 등장했다. 당시 전국금속노동조합 인천지부 동광기연지회는 동광기연이 일감을 타 계열사에 몰아주고, 그룹 계열사중 하나인 ㈜인피니티의 지분을 비싸게 사주는 등 그룹일가에 경영권을 승계하기 위한 작업을 벌이면서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동광기연 제조부문은 일감을 다른 계열사에 넘긴 채 폐업하고, 일하던 근로자들을 해고했다.

노조는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지난해 3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업무상 배임 혐의로 그룹일가 A씨와 B씨, 동광기연 대표이사 C씨를 고발했다. 이번 검찰의 강제수사도 고발에 따른 후속조치로 풀이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동광그룹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인 것은 맞다"라며 "구체적인 혐의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노조는 지난해 초 이뤄진 대량해고 사태가 그룹일가의 배임행위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완섭 금속노조 동광기연지회장은 "꾸준히 제기돼 왔던 회사 내 비리구조가 검찰 수사로 밝혀지길 바란다"며 "노조 탄압으로 길거리에 내몰렸던 조합원들이 일터로 돌아갈 수 있길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동광그룹은 이번 압수수색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박진영·김원진 기자 erhist@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