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최초' 수식어 무색 인천시 예산 반영 안해
▲ 1918년 10월27일 준공된 인천항 제1선거 갑문(여닫이식 개폐)이 올해 축조 100주년을 맞는다. 1974년 현재의 제2선거 갑문(미닫이식)이 세워지면서 해당 갑문은 헐리게 됐지만, 안벽 등 축조물 일부는 인천내항 1부두에 남아 있는 상태다. /사진제공=인천시

올 10월 개최 예정인 인천항 갑문 축조 100주년 기념행사가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행사 예산이 2018년 인천시 예산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7일 인천시와 인천항만공사(IPA)에 따르면 1918년 10월27일 동양 최초로 지어진 인천항 제1선거 갑문이 올해 축조 100주년을 맞는다. 시와 IPA는 이를 기념해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다양한 행사를 치를 예정이었다.

100주년 기념식 뿐 아니라 IPA의 에코누리 호에 승선해 갑문과 내항을 둘러보는 투어행사, 갑문 건설에 참여한 김구 선생 등 역사적 인물을 재조명하는 갑문 비전 영상물 상영식과 조형물 제막식, 갑문 발전 포럼, 갑문 철인3종 경기대회, 해양 체험 및 전시·문화행사 등이 계획돼 있었다.

시는 이 행사에 총 2억5000만원의 시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봤다. 갑문을 관리·운영하는 IPA는 여기에 더해 5000만원을 보태기로 했다.

그러나 시는 지난해 10월 2018년 본예산을 편성할 때 행사 예산을 세우지 못했다.

행사성 예산은 시 내외부 인사로 꾸려진 지방보조금심의위원회의 적정성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갑문 축조 100주년 기념식의 경우 '부적정' 판단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게 시 측 설명이다.

기념행사를 기획·추진한 주무부서는 초상집 분위기가 됐다.

한 실무자는 "갑문 축조 100주년을 맞아 인천의 해양가치를 재창조하고 해양주권을 확보한다는 면에서 중요한 행사라고 판단돼 추진한 것인데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당혹스럽다"며 "기념식만 하더라도 돈이 드는데 현재로선 행사 개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지역사회에선 갑문이 인천 경제 발전을 이끈 주역인 만큼 갑문 축조 100주년을 기념하는 자리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용하 전 인천발전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갑문은 조수 간만의 차가 심해 항만이 될 수 없었던 인천항이 오늘날의 역사를 일궈낸 데 시발점이 되는 역할을 했다"며 "갑문 축조 100주년을 맞아 그 시설을 다시 돌아보고 역사적 가치 등을 잘 보존할 수 있도록 문화재 지정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