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인

미국 뉴저지주 카니(Kearny)에 있는 미 해군 조선소는 1차 세계대전 때 1918년 리버티 2호를 진수시켜 군용 말을 프랑스 전선으로 수송했다. 그 후 미국 해군은 카니 조선창에서 각종 전함들을 진수시키고 2차 세계대전 초기에는 구축함 주노를 건조해 남태평양 해전에서 활약하다가 일본 어뢰정에 격침 당했는데 승선하고 있던 5형제가 모두 전사하는 비운을 겪기도 했다. 카니 조선창에서 만든 항공모함 에섹스호는 2차대전 때 17번의 해전에서 승리한 후 한국전쟁 때도 맹활약을 했던 전과를 자랑한다. ▶오대양을 누비는 미 해군은 카니 이외에도 부르클린(뉴욕), 필라델피아(펜실베니아), 찰스타운(매사추세츠), 키터리(메인), 포츠머츠(버지니아), 워싱턴(D.C.)에서 각종 함정을 건조해서 진수시켰다. 그러나 대서양 연안에 집중되어 있던 해군 조선소는 시대가 바뀜에 따라 차례로 폐쇄되고 태평양 쪽에 새로운 해군 조선소들이 차례로 생겨났다. 미 해군 최초의 핵잠수함 노틸러스를 만든 커네티컷 주의 뉴런던도 이제는 해군박물관으로 역사를 보여준다. ▶1966년에 폐쇄된 부르클린 해군 조선소는 37만여평에 달하는 거대한 부지가 산업 공원으로 탈바꿈해 부르클린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해군 기지를 인수한 뉴욕시는 위스키 제조회사나 유리 가공업체 또는 가구회사들을 입주시켜 다각적인 제조업의 현장을 보여준다. 과거 군함을 만들던 선거에서는 유람용 요트나 어선을 수리하고 요트 계류장으로도 쓰이고 있다. 전성기에는 해군 조선창에서 7만여명이 일하고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7000여명이 새로 생겨난 업체에 근무하고 있다. 역사적인 장소의 유적과 유물을 보존한 것이 이곳을 가볼 만하고 매력적인 곳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2012년에 폐쇄 조치된 15만평에 달하는 카니 조선소는 사무실 빌딩과 레크레이션 센터로 탈바꿈하고 있는 중이다. 한때 6일에 함정 한 척씩 진수되던 카니의 재개발을 맡은 웬디·누씨는 사무실과 쇼핑센터 그리고 테마 공원을 조화시켜 생동감 있는 역사의 유적지로 탈바꿈시키고 있는데 이미 175개의 크고 작은 기업이 입주해 있다. ▶영국이나 프랑스의 손꼽히던 조선소들은 이미 1980년대부터 서서히 일본이나 우리나라 조선업계에 경쟁력을 잃으면서 쇠락의 길을 걸었지만 역사의 현장을 지워 버리지는 않았다. 산업혁명 이후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대양의 시대를 활짝 열었던 주역들의 산실도 역사의 현장으로 변모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울산·거제·창원의 미래가 너무 일찍 다가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