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국 논설위원
'올해는 담배를 꼭 끊으리라', '술 좀 줄여야겠다'. '다이어트, 이제 진정한 시작이다'.
매년 새해 아침이 밝아오면 많은 사람이 크고 작은 결심을 한다. 그러나 며칠만 지내보자.
'담배가 몸에는 안 좋지만 분명 정신건강엔 좋을 거야', '내가 얼마나 더 오래 살겠다고 술을 끊어?', '먹고 죽은 귀신은 때깔도 좋다잖아?'.
'자기합리화'의 인간심리를 학문적으로 정립한 사람이 1950년대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Leon Festinger)다. 그는 실험을 통해 인간은 태도와 행동이 충돌할 때 불편함을 느끼며 태도를 바꿈으로써 불편함을 해소하려 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레온 페스팅거의 '인지부조화이론'(cognitive dissonance theory) 사례는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있다. A사 차를 살까, B사 차를 살까 고민하다가 A사 차를 선택했는데 나중에 B사 차가 더 좋은 걸 알게 된다. 바꾸고 싶지만 이미 시승을 했고 워낙 고가이다 보니 후회가 막급하다. 이 때 구매자는 자신이 구매한 차의 장점을 찾기 위해 여러 정보를 수집하기 시작한다. A사 차의 장점을 찾는 동시에 B사 차의 단점을 찾는 것이다. "역시 내 선택이 옳았어"라는 위안을 얻을 때까지 소비자는 행동을 멈추지 않는다.

미국에선 과거 한 광신도집단의 종말론자들이 새해가 열리면 지구가 멸망하고 자신들만 구원을 받을 것이라며 교회 안에 모였던 일이 있었다. 그런데 새해가 밝았는 데도 종말은커녕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교회에 모여 있던 사람들 가운데 '교주에게 속았다'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하나님이 불쌍한 인간들을 위해 한 번의 기회를 더 주신 것"이라며 합리화했다.

누구에게나 새해는 축복이고 희망이다. 그런 희망찬 시기에 '어떻게 살겠다'고 계획을 세우지 않는 것은 오히려 이상한 일일지 모른다. '작심 3일'이라는 말은 인간의 의지가 얼마나 나약한지 잘 표현하지만, 역설적으로 계획의 중요성을 내포하고 있다. 인지부조화를 겪더라도 새로운 결심을 한다는 것은 얼마든지 권장할 만한 일이다. 열심히 살겠다는 인간의지의 발현이기 때문이다.

2018년 무술년엔 많은 인지부조화를 겪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더구나 우리에겐 다시 한 번의 기회인 설날(2월16일)이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