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수 논설위원
1월, 정월을 지칭하는 '재뉴어리'(January)는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야누스'에서 따온 말이다. 야누스는 하늘의 문지기로서 한 해의 출발을 알리는 신이다. 야누스 두 개의 얼굴은 전쟁과 평화를 상징하고, 언행이 일치되지 않는 위선을 나타내기도 한다.
시간은 과거의 축적된 양을 가늠하는, 누구에게나 공통적이고 객관적으로 주어진 물리적인 의미 외에도 개인의 선택과 활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주관적 성격을 지녔다. 그래서 시간은 마음속 삶의 가치와 연결된다. 세월에 따라 늙어가는 노화의 시간개념 이면에는 열정적인 삶과 지혜로 초월적인 순간을 영위하는 나이보다 젊은 사람들도 있다.

한번 지나간 시간은 다시 되돌려 놓을 수 없는 비가역적 특성을 지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의 시간 속에는 인생의 다양한 장면들이 담겨진다. 1974년 독일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미하엘 엔데(Michael Ende)의 <모모 Momo>에는 시간을 훔쳐가는 회색신사가 등장한다. 사람들은 시간저축은행에 소속된 회색신사와 거래하면서 필요하지 않은 곳에는 시간을 절대 사용하지 않게 된다. 더욱 유용한 시간을 축적하기 위해 불필요한 모든 언행을 절약하기에만 노력할 뿐이다.

때로는 일하는 보람을 찾기보다 시간절약을 위해 소통을 단절하고, 즐거운 식사보다는 패스트푸드에 의지한다. 가족, 연인, 친구들을 생활의 시간 속에서 배제하고, 심지어 개인 명상의 시간도 아까운 현실이 되고 만다. 자연의 교육소재는 장난감으로 대체된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구전동화는 녹음교재로 대용되어 교육의 획일화와 비인간화도 야기한다. 결국 과거보다 풍족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회색신사들에게 빼앗기고 만 것이다. 인간의 사소한 행복보다 능률과 편의가 앞서는 인간소외 현상은 창조적 사회의 황폐화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시간은 같은 짧은 시간이라 하더라도 마음에 따라 한 순간이 될 수 있고, 영원처럼 남을 수도 있다. 양적 인식과 더불어 질적 가치를 지닌 시간의 속성을 재음미할 때다. '시간은 돈'이라는 명제를 제시하기보다 인생의 희로애락이 있는 '시간은 삶'이 화두가 되었으면 한다. 야누스, 첫 달, 올 한해는 또 어떤 얼굴로 다가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