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환 논설실장
UAE(아랍에미리트연합)는 그 연방의 일원인 두바이로 해서 인천시민들에게도 가깝게 다가오는 나라다. 10여 년 전 송도국제도시 개발이 한창이던 때 두바이는 벤치마킹 대상이었다. 바다를 매립해 인공섬(팜 아일랜드) 등을 조성해 세계 부호들의 투자를 끌어들이는 등 국제도시의 모델로 떠오르던 때다. 송도 6.8공구의 인천타워(151층) 사업도 두바이의 세계 최고층 빌딩 부르즈 할리파가 모티브가 됐던 사업이다. 마침 아시안게임 유치전까지 겹쳐 그 무렵 두바이를 다녀온 인천 사람이 적지 않았다. ▶에미리트는 중앙권력으로부터 어느 정도 독립된 부족장이나 실력자가 지배하는 토후국이란 뜻이다. 본시 해양민족이었으나 서세동점(西勢東漸)의 시대를 거치면서 사실상의 영국 보호국이 됐다가 1971년 독립했다. 세계 8위권의 산유국으로 중동의 경제선진국으로 꼽힌다. ▶우리나라와는 1980년 수교 이후, 2006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최초로 방문했다. 2009년 MB정부 때는 47조원 규모의 바카라 원전 수주에 성공했다. 이 후 특전부대가 파병돼 UAE 군 훈련까지 맡고 있다. 2016년에는 이 원전의 60년 운영권을 확보하기도 했다. ▶이같은 양국간 관계가 현 정권이 들어서면서 이상신호를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초 청와대 비서실장이 갑작스레 UAE를 방문하면서 '국교단절 위기'설까지 흘러 나왔다. 청와대가 밝힌 '군부대 격려'만은 아니었음도 곧 드러났다. 이보다 한 달 전에는 국방장관이 외교부 차관보 등과 함께 UAE를 방문했음도 뒤늦게 확인됐다. 이 나라 왕세제의 최측근이 새해 벽두부터 방한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현지 교민사회에는 "기자들 전화를 받지 말라"는 함구령까지 내려져 있다고 한다. 야당에서는 "과거 원전 수주 과정에서 뒷거래는 없었나 하고 무리하게 뒷조사를 하다 빚어진 외교 참사"라는 주장이다. 군사협력 관계를 일방적으로 축소하려다 '약속 위반'의 불만을 샀다는 얘기도 있다.▶숱한 의혹에도 청와대 해명은 돌고돌아 제자리(부대 격려)로 돌아왔다. 주무장관인 외교부장관조차 국회에서 "나는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괜히 지난 정부 탓으로 돌리려다 '비겁자' 소리만 들었다. SNS상에는 진위를 알 수 없는 UAE 왕세제 글이라는 것도 돌아다닌다. 데체 뭔 일을 저지른건가. 그 화려한 소통은 다 어디가고 꿀 먹은 벙어리 행세인지. 새해 아침부터 국민들은 그것이 알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