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4명 영원히 기억 … 생명안전 대한민국 희망"
"참사가 일어나면 피해자 뿐 아니라 온 국민이 고통"
피해자·가족 치유 - 공동체 회복 등 강조
4주기 전 내년 3월10일 재단 설립 목표
"창립에 목적 두지 않아" 변질·이권 등 경계
▲ 4·16재단 설립 준비 사무국의 김인봉씨가 인천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크리스마스를 아흐레 앞둔 지난 16일 오후. 안산시 화랑유원지 합동분향소 앞 광장에서는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12월의 노란 크리스마스, 선물' 행사가 열렸다. 교육부가 주관한 행사는 하늘로 먼저 가 '별'이 된 세월호 희생자들 가족과 친구들을 위한 특별한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됐다.
'촛불 시민'을 대표해 독일 비영리기구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 인권상을 수상한 장애진(21) 세월호 생존학생은 "아직 돌아오지 못한 친구들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내주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마련하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행사를 지켜본 김인봉(56) 4·16재단 설립 준비사무국 활동가는 "이날 콘서트를 터닝포인트로 삼아 슬픔을 극복하고, 4·16재단 설립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의미가 궁금했다. 지난 26일 점심시간. 4·16재단 설립 준비로 바쁜 그를 안양 관악역 인근 커피숍에서 만났다.


▲4·16재단 설립 의의는
그에게 콘서트와 재단 설립 연관성을 재차 물었다.
그는 "콘서트를 계기로 슬픔을 뛰어 넘어 304명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한 4·16재단 설립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특히 4·16가족협의회, 4·16안산연대, 4·16연대와 많은 사회 및 노동운동 활동가, 국민이 재단 설립의 순수성을 지지하고 있다. 재단을 만들기 위한 큰 의식 변화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 법에 규정이 있어도, 진실 규명을 위해 싸우느라 재단 설립을 미뤄왔다고 했다.
"박근혜 정권이 물러나고 새 정부가 들어섰으며 진상규명을 위한 사회적 참사법 등이 통과됐다. 물론 진상규명의 과제는 아직도 남아있으나, 생명안전공원(추모공원)을 세우고 추모지원 특별법에 따른 후속조치를 진행하기 위한 재단 설립을 더는 미룰 수 없게 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참사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데, 막상 참사가 일어나면 직접 피해자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고통 받는다는 사실을 세월호를 통해 절감했다"며 "국가를 제대로 통제하지 않으면 어떤 비극을 겪는지 온 국민이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진실규명의 과정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행동하는 가족들과 시민들이 집단의 힘을 갖게 되었고, 생명과 안전의 중요성을 자각하는 시민들이 많아졌다"고 부연했다.
이 힘을 바탕으로 피해자와 가족들을 치유하고, 공동체를 회복하며, 생명안전 대한민국을 건설할 때라고 그는 강조했다.

▲어떤 재단을 목표하나
그는 4·16재단을 "피어날 꿈들을 위한 피어나지 못한 꿈의 저수지"로 요약했다.
아이들이 피어나게 하기 위해서, 피어나지 못한 꿈들이 모여, 재단이 저수지 역할을 하자는 취지라고 풀어 설명했다.
즉 재단이 모든 것을 하자는 것은 아니고, 재단은 그저 언덕이 되자는 취지라고 부연했다.
물론 직접 추모제 등 일부는 관여하지만 대부분 안전과 관련한 일들, 아픔을 치유하는 일들을 주로 하면서 함께 해왔던 많은 분들의 저수지 역할, 그런 재단으로 이끈다는 것이다.
그는 창립에 목적을 두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잊지 않겠다. 가만히 있지 않겠다. 미안하다는 마음을 행동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국민이 최초로 공감하고 아파한 사건이어서, 그런 힘을 모아 두는 것이 굉장히 소중하다. 그것이 재단일 뿐이다"고 했다.
또한 국가 지원을 받거나, 이권 배분, 돈을 모아 자신의 사업을 하는 등 기존 재단과는 다른 새로운 모델을 지향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혹여 재단이 변질되거나 이권 관계에 휘말리지 않을까 하는 부분을 가장 경계하고 있다고도 했다.
가령 15명의 이사를 어떻게 구성하고, 감사를 강화하고, 가족은 최대한 관여(이사 3명 이내)하지 않으면서 외부인사로 공공성을 높이는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로 가족들 모두 상처가 깊었지만, 국민의 도움으로 많은 치유가 됐다"며 "이제는 4·16재단을 설립해 새로운 재단의 모델을 제시하고 싶다. 작은 모델이지만 피해자가 직접 참여하고, 또 스스로 케어 받는 등 그야말로 저수지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참여와 진행 과정은
아직 대외적으로 홍보하지 않는 이유와 진행과정을 물었다.
그는 "홍보는 아직 않고 있다. 연말이고 해서 1월부터 본격적으로 알릴 생각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며 "4·16가족협의회, 4·16안산연대, 4·16연대에서 설립을 제안하고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 11월4일 20명의 제안자를 중심으로 재단설립추진대회를 열어 추진단을 발족했다"며 "당장 재단을 설립하는 데 문제는 없지만, 내년 3월10일 창립을 목표로 차근차근 진행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창립 이후 4월16일, 4주기 이전에 재단 설립을 완료해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다고 했다.
현재 150여 가족이 재단 설립에 동참한 것을 비롯해 국민, 사회 및 노동운동단체 활동가 등 호응이 높다고 했다.
그는 "세월호 가족과 함께 한 3년 8개월 동안 정의롭고 민주적이었다. 모든 일의 논의 과정에서도 집단지성이 발휘됐다. 또 갈등이 있었지만 훌륭하게 극복해왔다. 일련의 과정에서 민주주의와 집단지성, 그리고 정의로움을 믿고 동참해 줄 것을 바란다"며 4·16재단 설립에 국민의 동참을 바랐다.
"가장 잘 아는 가족들이 국민과 함께 여기까지 이뤄왔으니. 아이들을 기리고, 아이들을 기억해주는 게 가장 큰 소망이다. 다른 아이들이 더 죽지 않게 하는, 오직 생명안전 대한민국을 만들고 싶은 바람이다."

/정재석 기자 fugoo@incheonilbo.com



[김인봉은 '친환경 급식' 만든 장본인]

그는 인터뷰 내내 '아이들' 이야기에 집착했다. 눈시울도 여러 번 붉혔다.
그의 집착은 성장과정에서 눈치 챘다. 고등학교에 진학 할 수 없을 정도로 가난했고, 부모님 이혼으로 의지할 곳조차 없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 이야기에는 목소리 톤도 높아졌다.
그는 안양군포의왕 친환경급식시민행동 상임대표 등 여럿 직함을 갖고 있다.
90년대 말부터 친환경 공동급식을 주장했다. 당시 학부모가 부담하던 한 끼 2400원 학교 급식을, 같은 금액으로 90% 이상 친환경 재료 급식을 만든 이가 바로 그다. 이를 계기로 친환경 급식이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2003년 안양군포의왕 학교급식지원센터 건립, 안양주민 발의의 친환경학교급식조례 제정을 이끌어냈다.
쌍용자동차, 희망버스, 세월호 등으로 기소된 노동인권운동가인 부인 김혜진씨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또래 아들을 두고 있다.

/정재석 기자 fugoo@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