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訪中 성과? 곧 관계개선으로 나타날 것"
▲ 제139 생명평화포럼 참석자들이 강연이 끝난 뒤 동화대학교 우수근 교수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중관계는 지난 1992년 국교정상화 이후 발전을 거듭했다. 특히 한류가 대륙 곳곳에 대대적으로 확산되면서 우리 경제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했다. 중국과의 교역량은 그 사이 33배나 증가해 미국과 일본을 제치고 1위 자리를 차지했다. 대륙에서 몰려드는 관광객은 우리 시장을 북적이게 했다. 중국 젊은이들을 사로잡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하지만 북핵 사태 이후 사드(THAAD)가 한반도에 배치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중국 당국은 우리나라 단체 관광객을 금지시키고, 현지에 진출한 기업도 규제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동안 잠복했던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을 둘러싸고 홀대론, 혼밥론 등이 불거지고 있다. 이에 대해 중국 상하이 동화대학교 우수근 교수는 고개를 가로 젓는다. 그는 '문 대통령의 방중이 상당한 성과를 거뒀으며, 향후 대중관계도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를 왜곡하는 것은 대중관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국내 보수언론이라고 주장했다.덕분에 그는 한 때 포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핫한 인사'로 등장하기도 했다.인천 토박이 출신인 이 교수가 지난 21일 인천을 찾았다. 이 교수는 특유의 입담과 유연한 말투로, 중국에 대한 편견을 바로 잡을 것을 촉구했다.

생명평화기독연대는 지난 21일 오후 부평아트센터에서 제139차 생명평화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동화대학교 국제문화교류대 우수근 교수가 '중국 바로보기'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 중국을 바로 보는 두 가지 시선

우 교수는 "한국의 매스컴을 통해 비춰지는 중국은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다"고 말한다.
한국의 보수 언론들은 짝퉁, 불량식품 등을 강조하며 '애물단지'로 중국을 그려낸다.

중국 사람들도 이를 굳이 부정하지 않는다.
때문에 중국 내에서도 자국 제품을 사용하지 않고 수입 제품을 선호한다.

하지만 미국은 최대의 경쟁국이고, 일본은 믿을 수가 없는 상대다.
국경을 맞댄 베트남, 일본, 몽골, 러시아 등 6개 나라와는 국경분쟁을 벌이고 있다.
더구나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하면서 중국의 골칫거리가 되고 말았다.

북한의 핵무기는 미국 본토를 위협하지 못하지만 중국의 대부분 도시를 사정권에 두고 있다.
결국 남는 것은 한국 밖에 없다.

이런 현상이 한류를 만들었고, 한국제품이 중국 시장을 사로잡는 가장 큰 이유가 됐다.
우리가 이런 점을 잘 활용하면 '중국은 애물단지가 아니라 보물단지가 될 것'이라고 단언한다.

● 문재인 대통령의 방중 외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부터 3박 4일간 중국을 방문했다.
한반도 사드배치로 양국관계가 불편한 상황에서 이뤄진 방문이었다.

문 대통령은 중국에 도착한 뒤,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 쿵쉬안유의 영접을 받았다.
14일에는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한데 이어 15일에는 충칭을 방문했다. 이를 둘러싸고 일부 국내 언론들이 중국의 '홀대론'과 '혼밥론'을 제기하며 공세에 나섰다.

● 중국의 '홀대론'에 대한 비판

종편을 비롯한 국내 보수 언론들은 먼저 차관보의 문 대통령 영접을 문제 삼았다.
통상 외국의 정상이 중국을 방문하면 차관급 이상의 영접을 받는 것이 상례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보다 아래인 차관보급이 나와 '문 대통령을 홀대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우 교수는 "이는 보수 종편언론의 왜곡 보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일축한다.

당시에는 우다웨이 차관이 은퇴를 하고, 쿵쉬안유 차관보가 업무를 대행하고 있었다.
따라서 쿵쉬안유가 공석인 차관을 대신해 영접에 나선 것은 당연한 절차였다.
우 교수는 "만약 은퇴한 우다웨이 전 차관이 나왔다면, 이를 두고도 비판했을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 '혼밥' 논란

문 대통령은 방중 이틀째인 14일, 현재 서민식당에 들러 아침식사를 했다.
부인 김정숙 여사, 노영민 주중대사와 동행한 식사였다.

그러자 국내 종편 보수언론들은 문 대통령이 '혼밥'을 했다며 날을 세웠다.
중국 고위 관계자들과 식사 자리를 만들지 못했다는 비판인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우 교수는 오히려 문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다.
문 대통령이 현지의 서민행보로 호평을 받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문 대통령이 방문했던 이 식당은 문 대통령의 아침 식사를 '신메뉴'로 내놓았다.

● 중국의 우려와 속내

우 교수는 오히려 국빈초대를 받은 문 대통령의 방문이 '성공적'이었다고 분석한다.
그는 일본 아베 총리가 지난 5년간 중국의 초청을 받지 못한 점을 상기시켰다.

중국 내에서는 오히려 시진핑 주석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드 문제도 해결하지 않은 문 대통령을 무슨 이유로 극진히 대접하느냐?"는 볼멘소리다.
우 교수는 중국의 속내를 정확히 파악해 국익에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중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우리와 미국과의 관계가 긴밀해 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를 통해 한반도에서 미국 군사력이 강화돼 자신들을 위협하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국은 '3불 원칙(▲미국 미사일방어체계 ▲사드 추가 배치 ▲한·미·일 3국 군사동맹 등 불가)'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다면 언제라도 한국과 경제교류를 재개하겠다는 입장이다.

● 우 교수의 외교전략

우 교수는 이유 없는 '홀대론'이 확산되는 배경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보수언론이 정략적 계산 아래 이를 과대 포장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한반도 상황을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말에 비유하는 것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내비친다. 이는 중견국 지위에 오른 우리 스스로를 얕잡아 보는 열등감의 소치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해외 언론에서도 우리를 중견국(middle power)이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때문에 '미·중 어느 쪽도 함부로 할 수 없는 지위에 있다'고 역설했다.
우 교수는 돌고래식의 민첩하고 슬기로운 외교정책을 주문한다. "돌고래는 덩치는 작아도 고래에 잡혀 먹지 않는다"면서 "양국 관계를 활용해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정찬흥 기자 report61@incheonilbo.com


우수근 교수는
▲인천 중구 신흥동 출생 ▲학익초, 대건중, 송도고, 인하대 정외과 졸 ▲일본 게이오대학 대학원 석사 ▲미국 미네소타주립대 로스쿨 졸업 ▲ 중국 화동사사범대학 국제법학 박사 ▲중국 상하이 한국학교 재단이사 ▲인천광역시 국제협력관실 중국주재 국제자문관 ▲상해 동화대학교 국제문화교류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