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3780명 맞이할 준비 됐나"
▲ 내년 5월 인천항에서 출항하는 '코스타 세레나' 호 모습. /사진제공=롯데관광개발㈜
내년 11만4500t급 대형선 출항… 일본~대만~부산 노선
특색있는 기항지 상품 개발·입국 간소화 시스템 필요


내년 5월 인천항에서 최대 3780명을 실을 수 있는 11만4500t급 대형 크루즈선이 출항한다. 일본 대표 휴양지 오키나와와 이시가키를 거쳐 대만 타이베이를 들른 뒤, 부산에 도착할 계획이다.

항만·관광업계는 이번 크루즈 모항(母港·크루즈선 출발지) 유치로 사드 갈등으로 침체됐던 국내 크루즈 관광산업이 기지개를 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천항 모항 크루즈 사업을 진두지휘하는 백현 롯데관광개발㈜ 대표에게 인천항 크루즈 관광산업의 청사진을 들어봤다.

▲인천과 인연이 있나.

―유독 인천항을 모항으로 크루즈 사업을 할 때 어려움이 있었다. 2011년 인천항에서 5만t급 '코스타 클래시카' 호 전세선 운영 당시 좁은 인천항 갑문을 통과하다 배 옆에 구멍이 나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2012년엔 7만t급 '코스타 빅토리아' 호를 운영하면서 정박할 곳이 없어 화물항인 북항 부두를 이용했다. 허허벌판 부두에서 손님맞이를 한 것이다. 돌이켜보면 아찔한 순간들이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인천항 크루즈 인프라 구축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왔고, 내년 5월 드디어 인천항에서 대형 크루즈선을 띄우는 사업을 추진하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

인천의 장점은 크루즈와 비행기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다는 점이다. 바다와 하늘의 이동 수단을 연계한 상품을 개발한다면 인천만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크루즈 모항으로서 인천항의 해결 과제는.

―인천항을 방문한 크루즈 관광객 '64.2%'가 "인천항을 기항지로서 매우 만족한다"는 답을 했다. 반면 '31.2%'는 "인천항을 기항했을 때 짧은 관광 시간이 불편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인천항은 이동 시간을 제외하고 머무는 시간이 7시간이 채 되지 않는다. 이뿐 아니라 쇼핑시설과 관광 인프라가 부족해 인천항에 내린 관광객 대부분이 서울까지 이동해 관광을 하는 실정이다. 서울을 찾지 않아도 되는 인천만의 특색 있는 관광 상품 개발이 시급하다.

특히 인천이 지리적으로 중국과 대만, 홍콩 등과 가까운 점을 활용해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방문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을 잘 짠다면 그 어느 항구도시보다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방문 비율이 높은 관광객의 국가들과 함께 신규 항로 크루즈 신상품을 개발하는 등 크루즈 상품의 다변화도 필요하다.

인천항 크루즈터미널은 2019년 개장을 목표로 건설되고 있다. 인천엔 각종 콘셉트의 테마파크와 관광지들이 하나둘씩 문을 열고 있다. 단순 저가 관광 프로그램이 아닌 체험과 테마 위주의 다양한 기항지 관광 상품을 개발하는 질적 향상을 위한 노력(한류 체험 관광, 전통 음식 투어, 역사 체험 관광, 지역 축제 연계 상품) 등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관광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진다면 인천항 크루즈 관광객뿐 아니라 지역주민의 만족도와 편의성까지 높일 수 있다.

▲국내 크루즈산업의 현주소는.

―한 해 동안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이 1500만명에 이른다. 올해는 사드 문제로 중국인 단체관광객 방문이 급감했지만 빠른 시일 내 중국과의 갈등이 해결되고 평창올림픽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수년 내로 외국인 관광객 2000만명 시대가 다가올 것으로 기대한다.

문제는 공항만으로는 급격하게 늘어나는 관광객 수요를 충당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한꺼번에 수천명이 이동 가능한 크루즈가 적극 유치돼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연간 크루즈 인구 2000만명 시대가 도래됐다. 아시아 지역은 크루즈 관광객 증가세가 다른 지역보다 월등한 수치를 나타내고 있어 크루즈산업 발전이 더욱 중요한 시기다.

▲크루즈산업의 전망과 숙제는.

―국내 크루즈산업은 불과 10년 전만 해도 5만t급 작은 크루즈선을 이용해 한 해 겨우 수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한 것이 전부였다. 관광객도 일본과 중국에 국한돼 있었다.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수백만명의 크루즈 관광객이 인천과 부산, 제주뿐 아니라 동해·속초항까지 찾는다. 항로도 다변화하고 있다.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톡과 일본 북해도, 이시가키, 대만 등 신규 항로가 지속적으로 개척되면서 '환동해 서클(circle) 크루즈 항로'가 점차 형성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지리적 이점과 중국과 일본이 인근에 위치한 점 등 크루즈산업 발전의 잠재력을 품고 있다. 여기에 북한과 왕래가 자유로워진다면 북한 원산항과 러시아, 일본을 연결하는 크루즈 관광이 각광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런 청사진을 생각해 보면 지금부터라도 초대형 크루즈 수척이 동시에 정박 가능한 부두시설이나 국제적 시설을 갖춘 크루즈터미널 등 인프라를 착실하게 마련할 필요가 있다.

현재 방한 크루즈 관광객들의 기항지 체류 시간은 지난해 기준 평균 7.6시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입국 수속까지 길어지면서 체류 시간은 더 줄어든 상황이다. 크루즈 관광객 입국 수속을 담당하는 CIQ(세관·출입국관리·검역) 담당 직원도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관광객들의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선 중앙부처 간 협력을 통해 CIQ 담당 직원을 늘려 입국 절차를 간소화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입국 절차가 간소화되면 관광객들의 체류 시간은 자연히 확대될 수밖에 없다.

▲향후 계획은.

―롯데관광은 2010년부터 크루즈 사업을 시작했다. 5만t급의 '코스타 클래시카' 호 전세선으로 시작해 어느덧 8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크루즈 규모 또한 꾸준히 확장돼 내년 인천항을 모항으로 하는 11만여t급 '코스타 세레나' 호를 운항하게 된다. 크루즈 인프라 구축을 위해 지자체 설득 등 발로 뛰며 일궈낸 결과물이다.
대한민국 크루즈산업이 현재에 이르기까지 크게 기여했다고 자부한다. 2009년 6만명뿐이던 방한 크루즈 관광객은 지난해 195만명을 기록하며 32배나 뛰었다.

롯데관광은 앞으로도 우리나라가 동북아 크루즈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신규 항로를 지속적으로 개척하고 아시아 이외에도 다양한 크루즈 상품을 개발해 선보일 것을 약속한다.

/박범준 기자 parkbj2@incheonilbo.com




백현 롯데관광개발㈜ 대표는

―인하대학교 경상대학 경영학사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관광경영학과 경영학 석사
―경희대학교 일반대학원 호텔관광학과 관광학 박사
―(현)코레일관광개발(코레일·롯데관광개발 합작회사) 비상임이사
―(현)경희대학교 관광대학원 관광경영학과 겸임교수
―(현)인천항만공사 정책자문위원
―(현)한국공항공사 자문위원
―(현)한국관광공사 크루즈관광 자문위원
―(현)대한·서울상공회의소 관광위원회 위원
―(현)서울시 관광발전협의회 위원
―(현)제주도 크루즈발전협의회 부회장
―(현)강원도 크루즈발전협의회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