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구, 주안동 청년창업거리 조성 첫 발
21일 인테리어가게·인문학카페 문열어
▲ 일명 '방석집'으로 불리는 변종 유흥업소가 밀집한 인천 남구 주안동 제운사거리 일대.
일명 '방석집'이라고 불리는 변종 유흥업소가 밀집한 인천 남구 주안동 제운사거리 일대에 청년들이 둥지를 튼다.

'딸기', '항아리', '그린' 등 정체를 알 수 없는 간판을 내건 업소들이 청년이 직접 운영하는 벽화 인테리어 가게와 인문학 카페로 탈바꿈 하는 것이다.

제운사거리 방석집은 6·25 전쟁 이후 하나 둘 생겨났다. 시간이 지나면서 쇠퇴하고 있지만 그나마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24곳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주민들은 방석집에 대한 불만을 지속적으로 제기했다. 주변에 초·중·고·대학교가 위치해 있어 교육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남구는 불법 영업 단속과 도시재생에 초점을 맞춰 문제 해결에 나섰지만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인하대 언론정보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황영제(26)씨가 이 일대를 '청년창업특화거리'로 조성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평소 황씨는 학교를 오가며 빨간 간판들을 남다르게 봤고 수업을 통해 방석집 취재를 하기도 했다.

그는 "취재 과정에서 업주들이 술 취한 손님에게 맥주를 짝으로 판매하거나 바가지 영업을 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경찰 협조가 소극적인데다가 업주들의 반감이 심해 취재가 어려웠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방석집의 문제를 체감하고 해결 방안을 고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역을 위해 방석집이 사라져야 한다고 판단한 황씨는 문 닫은 업소를 청년창업공간으로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앞서 방석집 거리를 '가죽공방거리'로 탈바꿈한 서울시 강동구의 사례가 도움이 됐다.

이에 남구는 '청년창업희망스타트 지원 사업'을 기획했고 공모 과정을 거쳐 창업공간 개소를 결정했다. 오는 21일 황씨의 벽화 인테리어 가게와 또 다른 창업가의 인문학 카페가 개소를 앞두고 있다.

구는 창업가들에게 보증금 1000만원과 임대료 50%를 지원하기로 했다. 또 전문가를 연결해 경영컨설팅을 돕고 행정지원단 구성, 홍보 등을 펼칠 예정이다.

주민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제운사거리의 한 주민은 "업주들의 협조가 필요하지만 퇴폐적인 방석집 거리가 청년들의 공간으로 새롭게 조성된다면 환영"이라며 "건물주들도 임대료가 보장되면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구 관계자는 "청년창업 사업이 인천시 1구 1특화 사업에 선정 돼 예산을 지원받게 됐다"며 "내년에 2곳을 추가로 임대하고 공간을 점차 확대해 나갈 것 "이라고 밝혔다.

/글·사진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