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방지법)에 일부 손질이 가해졌다. 경조사비 상한액이 10만원에서 5만원으로 낮춰졌다. 5만원의 선물 상한액은 농축수산물에 한해 10만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너무 이른 감은 있지만 대체로 합리적인 방향의 손질이라고 보여진다.

특히 결혼과 장례의 경조사비 상한액을 하향 조정한 것은 환영할 만하다. 쫓기는 가계 사정에도 불구, 겉으로 말은 꺼내지 못하지만 속으로 끙끙 앓는 것이 서민들의 경조사비 부담이다. 그러나 이 법의 시행 취지를 생각한다면 더 이상의 땜질식 손질은 자제돼야 할 것이다.

시행 초기부터 농어민단체의 불만이 비등했던 것이 이번 시행령 개정의 발단이었다. 농축수산물에 한해 선물 상한액을 10만원으로 조정한 것으로 해서 이 법의 취지가 크게 훼손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를 빌미로 외식업계도 식사비 한도액을 3만원에서 5만원으로 올려달라는 움직임이지만 일반 시민들의 법 감정과는 거리가 멀다는 판단이다. 값비싼 식사 접대를 주고 받아야 일이 풀린다는 논리라면 애초에 부정청탁방지법이 필요하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시행령 개정에서 우리는 특히 경조사비 상한액을 크게 낮춘 것에 주목한다. 우리 사회의 경조사비 문제는 누구나 그 폐해를 느끼면서도 어쩌지 못하는 대표적인 '체면 문화'다.

일반 서민들에게 청첩장과 부고장은 '세금 고지서'처럼 느껴진다. 마음으로부터 축하하고 애도하는 상호 부조라면 5만원이라고 해서 부족할 수가 없다.

그런데 어찌된 셈인지 처음 법 시행 때부터 덜컥 10만원으로 정해 놓으니 경조사비의 가이드 라인처럼 받아들여진 것도 사실이다.

경조사비는 주고 받는 것이다. 그래서 되갚아야 할 경조사가 생겼을 때는 "부조를 적게 해준 이들이 더 고맙더라"는 얘기도 나오는 것이다.

우리는 이번 시행령 개정이 우리 사회의 경조사비 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체면'과 '허세'를 벗어나 따뜻한 마음과 마음이 오가는 상호부조의 전통을 되살려야 할 때다.

이번 시행령 개정을 적절한 조치로 받아들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