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위치 재현한 영상 공개 … 미숙한 대처 사과도
두 선박 선장은 충돌을 피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고, 급유선인 명진15호의 갑판원마저 사고 당시 근무 장소를 이탈해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12일 인천해경에 따르면 해경은 낚싯배 선창1호와 명진15호의 최종 충돌 시간은 이달 3일 오전 6시2분39초라고 밝혔다.
급유선이 낚싯배를 들이받기 직전 한 낚시 객은 갑판원에게 "실장님, 이거(명진15호) 보세요"라고 경고했다. 자신이 타고 있던 낚시 배와 다가오는 급유선의 충돌을 직감한 순간이었다. 낚시 승객은 위험을 인지해 이처럼 경고했지만 선창1호 선장 A(70)씨는 급유선을 발견하지 못해 선박 간 충돌이 일어나게 됐다.
충돌 당시, 명진15호 선장인 B(37)씨도 사고를 막기 위해 속도를 줄이거나 방향을 틀지 않았다.
두 선박 간 거리가 300m 정도로 가까워진 것을 확인했지만 B씨는 A씨 등 총 22명이 타고 있던 낚싯배를 뒤에서 들이 받았다. B(37)씨는 경찰 조사에서 "낚시 어선을 충돌 전에 봤지만 알아서 피해 갈 것으로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결국 두 선박의 선장인 A씨는 주변 어선 위치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고, B씨는 낚싯배를 발견했는데도 서로 피하지 않아 22명의 사상자를 낸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이날 유가족 10여명도 기자회견에 참관했다. 이 사고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은 슬픔과 상실감 속에서도 담담한 어조로 질문을 이어갔다.
한 유가족은 "저희 남편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 TV 화면을 (해경에) 부탁했는데 일주일이 지날 동안 연락이 없었다"며 "간곡히 부탁드리는데 남편의 숨소리라도 듣고 싶은 게 마지막 소원"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인천해경은 어선위치발신장치(V-pass)와 원격송수신시스템(AIS) 자료를 바탕으로 재현해 만든 사고 영상을 공개했다.
해경은 또 이번 사고 구조 및 출동 등 대응 과정이 미숙했던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인천해경 관계자는 "이번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미숙한 대처가 있었다는 지적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모든 문제를 철저히 조사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
저작권자 © 인천일보-수도권 지역신문 열독률 1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