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 명예교수
'무시 당했다', '자존심을 건드렸다', '내 앞 길에 끼어들어 방해했다', '내 일에 반대했다',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었다', '나를 자극했다'고 느끼는 순간 감정 조절장치 댐이 폭파된 듯 이성적 인식의 상실과 통제능력의 실종 상태에 빠져 '인간 시한폭탄'으로 돌변한다. 이러한 사람들의 순간적인 분노 발작이 화풀이 범죄를 저지르고, 심각한 피해를 준다는 것은 보도를 통해 익히 알고 있다.

소위 공격적 분노, 폭발적 분노 또는 돌발성 분노, 병적 분노 발작으로 일컬어지는 문제 행동이다. 흥분하기 잘 하고 감정이 예민한 데다 충동성 수준이 높기 때문에 작은 일에도 '화'와 '분노'를 일으키는 게 특징이다. 이 때문에 그 개인으로 말할 때는 '사고를 저지를 수 있는 사람(trouble maker)'이고 다수를 말할 때는 '사건을 일으킬 수 있는 집단이요 패거리(gang)'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들은 흥분과 충동성이 발작하면 '울컥'하는 증오심리가 치솟아 험악한 폭언과 욕설이 튀어 나오고, 분노 발작을 일으키는 중증 사회병질적 질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 화염병'이니 '인간 화약고' 또는 '시한 폭탄'이라고 부른다.

'푸대접에 대한 화풀이'성 대구 나이트 클럽 방화(1991. 10. 17), '우리 사회 난동 증후군'(한국일보, 1993. 9. 28), '화풀이로 충동 살인과 방화'(박재관, 국민일보, 1994. 3. 4), '항공기 엔진 결함 출발 지연, 승객 난동'(2005. 5. 24), '항공기 연발착 기내 난동'(2005. 7. 10), '폭설로 경기 일정 취소, 과천 경마장 관중 난동사건'(2006. 12. 17 : 일본 방송보도, 2006. 12. 27), 축구장·야구장 등 '경기장 난동사건'(2007, 2009, 2011), '툭하면 부하 직원에 욕설과 폭언'(조선일보, 2014. 7. 26), '주차 문제 시비 끝에 살인'(2014. 11. 11), '아파트 층간 소음 살인'(2014. 12. 18), 경남 양산 아파트 '밧줄 절단 살인'(2017. 6. 8), 충북 충주에서 인터넷 속도 느리다는 이유로 흉기 휘둘러 '설치 기사 살인'(2017. 6. 16) 등의 사건들은 모두 분노조절 장애자에 의한 '홧김 범죄'요 '충동 범죄'이다.

이런 분노조절 장애자는 2009년 3720명에서 2013년 4934명이 치료를 받은 것으로 집계되어 4년 만에 32% 증가했고(건강보험심사평가원), 살인 범죄의 39%가 우발적인 '홧김 범죄'였다. 또한 2014년도 전국 폭력범 36만6000명 중 41.5%인 15만2000명이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2015년 폭력범죄 37만2723건 중 41.3%(14만 8035건), 그리고 살인이나 살인 미수 범죄 건수 975건 중 41.3%(403건)의 범행동기가 모두 우발적이거나 현실불만인 것으로 드러나 주목하게 된다.

이들은 자극(스트레스)을 받으면, 자동적으로 '방아쇠 생각'이라는 편견·선입관·오해·착각·속단의 기폭장치에 점화되고, 부정적 생각과 감정인 모멸감·모욕감·피해의식·억울한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결국 순간적으로 흥분과 충동성 수준이 급팽창하여 '앙갚음과 보복'이라는 공격성으로 악화된다. 그 결과 순간적으로 폭발하여 파편들이 곳곳에서 발생한다. 그 현상이 홧김 범죄요, 분노 폭발 사태라 정리할 수 있다.

전철이나 비행기가 고장을 일으키거나 연·발착 사태가 발생하면 당연히 항의를 한다. 그런데 항의의 양태나 표출방법이 언론 보도처럼 험악한 '집단 항의'나 '난동 사건' 수준에 도달한다는 게 문제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는 어떤가? 일본의 경우 관제 시스템 컴퓨터 고장사태가 발생했다.(2003. 3. 1) 그 결과 192편의 국내·국제선 항공편이 취소되고, 1324편이 최고 6시간30분 지연됐다. 이 때문에 총 27만여명이 여행 차질을 가져 왔다. 그런데 별다른 항의도 없었다는 데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그런가 하면 미국에서는 운전 중 분노 범죄로 2014년 1500명이 숨졌다. 미국인들은 차에 총기를 소지하고 다닌다는 게 문제다.

이러한 분노조절 장애자의 경우 미국정신의학회의 진단체계(DSM-5, 2013)에 따라 양극성장애, 파괴적기분조절장애, 적대적 반항장애, 간헐적 폭발장애, 경계성성격장애 등과 관련된다. 평소 다혈질이라는 사람들(충동적 분노폭발형)과 '목소리 크면 이긴다'(습관적 분노폭발형)는 사람들이 스스로 '중증 사회 병질자'라는 것을 인정하고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