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살때 부평에 연 가게어느덧 27년이나 흘러
40년대~아이돌 곡 빼곡 좋아하는 아티스트 음반직접 만져볼 때 쾌감
꾸준히 찾는 손님 덕에계속 일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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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사랑하는 25살의 청년이 자신의 고향 부평에 낸 음반가게는 어느덧 27년이 흘러 오래된 가게가 됐고, 청년도 지긋한 중년이 됐다.

인천은 물론 전국적으로도 모습을 감추고 있지만 부평 음반가게 '소리그림'엔 1940년대 재즈곡부터 요즘 최고로 '핫'한 방탄소년단, 트와이스의 음반이 빼곡히 누워있다. 채주병(50) 소리그림 대표는 "내 청춘이 모두 담겨있는 곳"이라며 손 때 묻은 레코드판을 닦고 있었다.

"그저 음악이 좋아서 '모으고 듣고'를 반복했죠. 그러다 문득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졌어요."

그렇게 1990년 3월7일 부평지하상가에서 소리그림이 태어났다. 채 대표는 "당시 지하상가에만 음반가게가 13개나 있을 정도로 서로 경쟁하듯 가게를 차렸다"며 "가장 황금기는 90년대 초·중반이었다"라고 회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승환, 신승훈, 김건모, 서태지까지 대중성과 실력을 겸비한 대가수들이 등장해 날개 돋친 듯 음반이 팔렸기 때문이다. 화무십일홍이라 했던가. 1997년 IMF 외환위기에 인터넷마저 발달하기 시작해 줄줄이 폐업을 선언했고 결국 소리그림만 남게됐다. 그는 "2012년 롯데시네마 1층 지금 이곳으로 이전할 때도, 심지어 지금 이 순간에도 가게를 계속 운영할 건지 늘 고민하는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런 그를 다시금 일어서게 하고 가게 문을 열게 하는 건 27년간 꾸준히 사랑해 준 손님과 단골들이다. 꼬맹이가 훌쩍 커 늠름한 성인이 돼 찾아오는 분, 한동안 뜸하다가 '아직도 하시냐'며 문지방이 닳도록 놀러오는 손님까지 모두 고맙기만 하다. 또 온라인 카페를 통해 새로 들어온 음반을 물어보기도 하고 손님끼리 중고 거래를 하며, 이제는 채 대표와 손님 모두 음악으로 돈독해진 둘도 없는 친구다.

"요새 디지털 음원이 워낙 잘 나와 품질은 두말할 것 없죠. 하지만 안 사 본 사람은 절대 모를걸요? 음반의 매력을요."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음반을 힘들게 찾아 품 안에 넣었을 때, 직접 만질 때의 쾌감. 채 대표가 지금까지 또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픈 감정이다. 그는 "LP판도 CD도 카세트테이프도 이제는 뒷방신세가 됐지만 여전히 사랑하는 이들이 있어 이 일을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죽을 때까지 이어갈 생각입니다. 저로 인해 더 많은 분들이 음반의 매력에 빠져들 수만 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글·사진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