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골프 시즌이 저물고 본격적인 추운 겨울이 왔다. 그린 위를 뜨겁게 달구던 남녀 프로 경기도 시즌을 마감해 당분간 볼거리도 심심해졌다. 프로 선수들은 한 해의 부족함과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전지 훈련지로 떠날 채비를 하고 아마추어들은 따뜻한 나라를 찾아 골프를 이어 가려 한다. 생활수준이 좋아진 탓에 우리는 동계훈련을 명목으로 이곳 저곳 싸고 즐거운 최적의 나라를 물색해 삼삼오오 조를 맞춰 잠시 한국을 떠나 골프 여행을 다닌 지 제법 오래 됐다.
대부분의 골퍼는 동남아 국가를 선호한다. 그 이유는 가격도 저렴하고 먹거리 놀거리도 다채로워 선택하는 듯하다. 오래전부터 태국과 필리핀이 가장 많은 골퍼가 찾는 나라가 되었고 중국의 남부 지역과 베트남, 그리고 최근에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미얀마까지 진출하기도 한다.

이들 동남아 지역의 열대 코스와 해변 코스에서 라운드를 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살펴보자. 열대코스는 식물, 열대림, 정글로 가득 차 있고 산과 정글이 어우러져 많은 열대성 동식물을 접할 기회가 많으나 때로는 사나운 맹수도 경계해야 한다. 해변 코스는 바닷가를 따라 길게 코스가 펼쳐져 있으며 바다가 자아내는 아름다운 파도와 해안의 절경을 즐길 수 있으나 천연지형을 그대로 살린 만큼 도처에 구릉이 많아 바운스가 많다. 모래성분이 많은 지질로 공이 많이 구르며 최대의 관건은 바람과 맞서야 한다. 러프는 자연 상태로 높게 자란 곳도 많으나 풀이 억센 편은 아니다. 작고 깊은 벙커도 도처에 도사리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페어웨이 한쪽은 바닷가로 똑바른 샷이 요구되며 바다에 빠지면 해저드나 오비가 설치되어 좋은 스코어를 낼 수가 없다.

이번엔 해외골프 여행에 유의해야 할 사항들을 몇 가지 열거해 보기로 하자.
첫째, 급격한 환경변화를 꼽는다. 이미 겨울철에 익숙해진 우리 몸은 갑자기 바뀐 더운 지방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덥다고 급격히 찬 물, 찬 음료수를 연거푸 마시면 탈이 나기 십상이다. 열대지방은 일교차가 크다. 아침과 저녁은 제법 찬 기운이 감도니 더운 나라라고 얕잡아 보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시차도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오랫동안 길들여진 우리 몸의 시계도 두세 시간의 차이지만 섣불리 볼 사안은 아니다.
주로 해외를 나가면 모처럼 실컷 즐길 수 있는 라운드 기회이다 보니 하루에 36홀을 또는 그 이상까지도 도는 경우가 많다. 이어지는 풍성한 먹거리에 늦은 시각까지 음주를 즐기게 된다. 이튿날엔 더위를 피하려 잠에 쫓긴 채 새벽부터 라운딩을 나가는 등 과로를 거듭하다간 자칫 몸의 균형이 무너질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둘째, 골프장의 적응일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지 않은 여러 동식물에도 유념해야 한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그곳의 동물들은 낮선 이방인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잔뜩 독이 올라 경계의 눈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식물들도 현지인에게는 별 문제가 없지만 살짝만 스쳐도 우리 몸이 이상하게 반응할 만큼 앨러지나 과민반응을 일으키니 러프지역이나 정글지역에 들어가는 것은 금물이다. 새벽 모기는 살인적이다. 한번 붙으면 여간해서 떨어지지 않고 후유증도 깊고 오래 간다. 긴팔 옷과 긴 바지도 이 시간대엔 필요하다.
셋째, 문화에 대한 이질감이다. 이 부분을 특히 강조하고 싶다. 오가는 비행기속에서부터 지나친 음주나 승무원에게 부적절한 희롱 등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도착지 공항과 호텔 그리고 골프장에서 거칠게 내뱉고 행동하는 언행 역시 조심해야 한다. 대부분의 캐디가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숙련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전동차를 대부분 우리 스스로가 몬다. 난폭하게 몰아대는 카트에 대한 안전 불감증과 미숙한 캐디에게 화를 내거나 지나친 신체 접촉 등에 대한 주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라운드 후나 서비스를 제공받았을 경우 팁은 기본이다. 그러나 너무 인색한 금액도 문제지만 그 나라의 물가 수준을 무시하고 큰돈을 마치 과시하듯 뿌려대는 자세는 좋지 않다. 나도 모르게 '갑질'을 하는 셈이 된다. 그 시간 그들은 나의 '인격'과 우리가 속한 나라의 '국격'을 한꺼번에 보고 있다. 즐겁고 행복한 여행이 되어 새해에는 더욱 노련하고 성숙한 플레이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