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명 평택담당 부장
신뢰는 흔히 거울의 유리와 같다고 비유하곤 한다. 한 번 금이 가버리면 원래대로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대다수 대기업은 고객에게 자신의 기업이 책임 있고 신뢰를 주고 있는 기업임을 알리기 위해 각종 매체를 통한 홍보와 고객사후(事後)관리 등에 집중한다. 고객과의 신뢰를 우선으로 하는 것이다. 기업은 이익을 목표로 하는 집단임에도 고객과의 신뢰를 위해 기업이익을 포기하는 경우를 간혹 보이기도 한다. 기업이익보다 고객과의 신뢰가 더 우선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최근 평택시에는 고객(?)인 시민과의 신뢰에 금이 간 한 대기업의 땅장사 먹튀 논란이 이슈다. 평택시 소사벌지구 4-1블록, 비전동 1104 이마트 2호점 부지(1만4850㎡)는 지난 9월28일 한 시행사로 소유권을 이전해 제1, 2근린시설 및 판매시설이 들어올 예정으로 평택시에서 건축허가를 받고 현재 분양 중이다. 당초 이마트 2호점 부지는 지난 2011년 소사벌지구 실시계획변경 승인을 거쳐 2013년 건축위원회 심의 조건부 가결을 통해 건축허가를 접수했으나, '이마트2호점 입점저지 범시민대책위원회' 입점반대 등으로 2014년 건축허가를 반려했다. 이후 평택시와 범시민대책위, 이마트 등은 수차례 협의를 통해 2017년 상반기 이마트 2호점이 착공된다는 사실을 공공연하게 알렸고 수만 가구 아파트와 상가 분양 홍보지에는 'E마트 부지'라는 명칭을 인쇄한 채 사방에 뿌려졌다. 이를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 예정됐던 착공은 이뤄지지 않았다. 시민들에게 어떤 사과도 하지 않은 채 몇몇 언론 매체를 통해 미개발 부지인 평택2호점을 매각한다는 입장만 표명하고 떠나버렸다. 한 매체를 통해 이마트 관계자는 "내실 경영과 수익구조 개선을 위해 비효율 자산을 매각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입장 표명이다. 기업의 이익이 시민의 신뢰보다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걸까? 신뢰는 깨지면 다시 붙일 수 없는데도 말이다.

지역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매각된 이마트부지는 한 시행사로 소유권을 이전하면서 평당 1130만원에 거래를 했다고 한다. (주)이마트가 당초 LH와 소유권 이전 당시 이마트 부지 인근 대로변 시세가 800만~900만원 선이었던 것을 감안할 때 50억~100억원의 시세 차익이 나지 않았겠냐는 얘기가 돌고 있다. 결국 대기업이 시민과의 약속과 신뢰는 져버린 채 땅장사만 하고 먹튀를 한 게 아니냐는 비난섞인 논란을 낳는다.

이마트 2호점 부지 인근 아파트에 입주한 최모씨는 "분양업자들의 말을 믿었던 것은 아니다. 대기업이기에 신뢰했고 이마트가 들어온다기에 생활의 편리성 등을 고려해 입주를 망설이지 않았다."며 "결과적으로 분양업자는 허위광고를 한 꼴로 됐고, 그 피해는 믿고 아파트에 입주한 시민들의 몫이다"라고 푸념했다.
평택 48만 시민과 소사벌 지구 1만6000여 세대, 4만4000여 명과의 신뢰는 이미 금 갔고 많은 시민은 상처를 받았다. 시민의 믿음과 신뢰를 고려하지 않은 경영으로 인해 발생된 시민들의 상처와 피해는 반드시 기억하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