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나라 대표변호사
최근 한화그룹의 3남이 함께 동석하여 술을 마시던 대형법률회사(로펌)의 새내기 변호사들을 폭행해 물의를 빚었다. 술자리에서 폭언과 함께 제지하는 변호사들을 폭행하였다는 것이다. 다시 시민들은 재벌의 '갑질'에 분노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한 자괴감에 시달린다. 모든 폭력은 강자가 약자에게 자신의 힘과 의지를 과시하는 행위이므로, 그 저변에 상대방에 대한 멸시가 숨어 있다. 평소에 절제를 잘 하는 사람이 음주와 같은 약간 혼미한 상태에서 예상하지 못한 행동을 하기도 한다. 무엇이 이 사람을 혼란 속으로 빠뜨리는 것일까? 이를 '음주의 범죄학'이라고 불러 본다.

특히 폭력범죄가 발생하는 것에는 개인적 성향, 반복된 습관, 사회의 분위기 등의 요소가 존재하게 된다. 사람을 사귈 때 개인적 성향에서 남녀를 불문하고 조심하여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평소 난폭한 성격의 소유자는 사귀지 않으면 그만이므로 오히려 위험성이 작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내성적이며, 소극적인 성격의 사람들로 오히려 테러리스트로 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알려져 있는 부류이다. 평소에 가슴 속에 분노를 담고 있다가 어떠한 계기를 맞아 이를 강하게 터뜨려버리는 사람들이다.

모든 폭력의 습관은 자신뿐만 아니라 피해자, 그리고 어린 자녀에게까지 전이된다. 가정폭력을 당하고 자란 아동들이 "절대 아버지를 닮지 않는다"라고 맹세하다가도 다시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남성들은 군대에서 폭력을 심하게 당한 고문관들이 자신이 상급자가 되었을 때 태도를 돌변하는 경우를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사회적 분위기가 사람의 감정폭발을 '남자다움'이라거나 하는 식으로 해석할 때 범죄는 발생하게 된다. 자신의 거친 성격, 타인의 감정을 헤아리지 못하는 성격을 남성의 특성으로 착각하고 살아가는 경우이다.

동물의 왕국에 존재하는 폭력은 음주와 같은 정신적 통제기능을 마비시키면 기가 막힌 칵테일로 된다. 술은 기분 좋게 취하면 축복이지만 음주가 과도한 감정과 혼합될 때 치명적인 결과를 타인과 본인 모두에게 끼칠 가능성은 크다. 음주와 친한 범죄를 살펴보면, 우선 음주자체가 범죄인 음주운전, 이와 연결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의 도주차량(일명 뺑소니)이 있다. 다음으로 타인에 대한 물리적 힘의 행사인 폭행, 그리고 사랑과 착각하기 쉬운 성범죄가 있다. 이러한 유형의 범죄들은 모두 개인적 성향에서만 비롯하는 것이 아니라 반복되고 학습된 성격, 하나의 사회적 분위기가 사람의 감정폭발을 '남자다움'이라는 식으로 해석할 때 발생한다.

과거 음주운전이 범죄가 아닐 정도로 쉽게 용인되던 시기, 술 한 잔 제대로 못하는 남자는 사귀지도 말라는 말도 있었다. 다산 정약용과 같은 조선의 대학자마저 술을 적당히 마시는 사람을 칭송한 예가 있다. 술을 마시고 운전하다가 적발되면 운전면허증 뒷면에 만원권 2장쯤 집어넣어 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상황에서 누가 음주운전을 마다할 것인가. 음주 후 폭행사고를 저지르거나 성과 관련한 범죄와 연루되어도 합의만 성립되면 "술에 취하여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하면서도 반성하는 시늉을 하면 정신적으로 범죄를 인식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하는 심신미약을 인정받아 감경받는 때도 있었다. 이러한 남성들의 태평성대가 계속 갈 것으로 생각되던 불과 20년전의 세월은 어느덧 흘러 이제 음주라는 이름으로 범죄를 무마하기는 어려운 시대다. 법률 이론으로는 '원인에서 자유로운 행위'라고 하여 자신이 그 상황을 만든 사람은 이를 이유로 감경받을 수 없다. 쉽게 말해 음주상황을 스스로 만들어 자신의 흉폭성을 드러낸 자는 그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다. 이제 남성의 시대는 지나가고 술 마시는 자와 마시지 않는 자가 법률 앞에서 평등한 시대가 온 것이다.

최근 발표된 고위공무원 임용기준을 보면 지난 10년 이내 음주운전을 2회 이상 적발된 사람은 탈락시키겠다고 한다. 술은 고대 그리스에는 디오니소스, 로마 시대에는 박카스가 인간에게 선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의학적으로 마취제를 발견하지 못하던 시대에는 약제로 사용된 사실도 있는 인간의 오래된 친구이기도 하다.

한 잔의 술잔을 놓고 벗과 함께 나누는 담소의 즐거움을 모두 안다. 정에 약한 우리 민족은 그래서 술에 대하여 관대한지도 모른다. 그러나 음주는 인간의 이성을 마비시켜 인간내면의 폭력성, 이를 용인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쉽게 섞이는 성질이 있음을 잊어버려서는 안된다. 폭력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성격을 지니고 있어 인간의식이 마비되는 음주의 순간에 자신의 비열한 본성을 드러내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는 사람은 법의 엄중한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 돈많은 아버지를 둔 것 이외에는 아무런 특별한 게 없는 재벌3세의 일탈에 우리 사법이 단호하게 대응할 것임을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