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공기관들이 일본식 한자와 뜻이 어려운 한자로 표기된 난해한 자치법규를 한글로 순화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그러나 막상 작업에 돌입하자 만만치 않은 일이어서 경기도내 시·군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지자체들은 자체사업으로 고치다 보니 부적절한 용어가 산재됐고 이를 찾아내는 과정이 순탄하지 않다고 호소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바람직한 한글을 사용하는 자세를 갖추는 것과 동시에 어려운 자치법규를 쉽게 풀어 국민들의 이해도를 높이겠다는 취지가 고치다 보면 한자 혼영은 물론이고 어떤 형태의 우리말로 고칠지 난감하다고 한다. 그나마 행안부가 가이드라인을 정해 지난 10월 경기도와 31개 시·군에 전달한 상태다.

현재까지 경기지역에서는 수원·성남·부천·이천·시흥 등 일부 지자체들만 일본식 한자어 등 정비를 위한 조례를 제정하는 등 착수단계에 돌입했다. 지자체 자치법규에서 '광주시 통·리반 설치 조례', '오산시 통·반 설치 조례', '부천시 안전마을 지원 조례'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일본어는 '자연부락'이다. 부락은 일본이 신분상 차별을 받고 소외된 사람들의 집단 주거지를 지칭하던 단어로, 의미가 부적절하다. '마을'이란 우리말을 쓰는 것이 옳다. 포천시와 김포시의 '건축조례' 내에 언급된 '시건장치'도 일본식 용어다. 우리말로 순화하면 '(자물쇠로) 잠금·채움'이 된다. '과천시 보조금 관리 조례', '시흥시 지방공기업법 적용 대상 사업의 기준에 관한 조례' 등에 명시된 '게기'도 우리말로 바로잡아야 할 대상이다.

하지만 앞뒤 안 가리고 무작정 뜯어고쳐서도 안 된다. 공공언어는 우리 사회의 기준이다. 대상 언어의 의미를 담아내지 못하거나 순수한글에 맞추기 위해 대중언어에 호응하지 않으면 사문((死文)으로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국립국어원이나 한글학회가 정부와 손을 잡고 개선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규범에 맞추는 일도 중요하지만 소통이 안 되면 더 큰 혼선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지자체 등 공공기관들의 자지법규 한글순화 정책에 힘을 실어주고 적극 나서 국민이 법을 이해하지 못해 피해를 보는 사례를 줄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