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인천은 누가 움직이는가. 인천엔 사람이 있는가. '송도 6·8공구 특혜의혹'사태를 지켜보면서 생각했다. 인천을 끌어가는 주체는 어떤 사람들일까. 중대한 현안이 닥쳤을 때 누가 앞장서서 문제를 해결할까.
송도 6·8공구 특혜의혹은 바다를 매립한 땅을 개발하면서 누군가 '부당한 혜택'을 받았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 한가운데 151층짜리 빌딩이 있다. 송도 6·8공구 개발의 큰 축은 송도국제도시에 151층 빌딩을 세우는 것이다. 그 빌딩을 인천의 랜드마크로 만들려는 계획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고층빌딩 얘기가 슬그머니 사라져 버렸다. 대신 그 자리엔 아파트 개발을 통한 막대한 이익에 대한 논란만 판치는 상황이다.

151층 건설 계획이 사라지면서 현재 인천지역 사회에선 '내 탓, 네 탓' 공방이 진행되는 중이다. 대충 그림은 그려진다. 송도6·8공구란 먹잇감을 두고 여기저기서 뜯어먹겠다고 하이에나처럼 모여 들었구나 하는.
정대유 전 인천경제청 차장이 지난 8월 SNS를 통해 제기한 의혹도 그런 것이었다. '지방공무원하기 장난 아니다…개발업자들은 얼마나 쳐드셔야 만족할런지?… 언론? 사정기관? 심지어 시민단체라는 족속들까지 한 통속으로 업자들과 놀아나니 ….' 기업은 차치하고라도 '도덕성'이 생명인 사정기관, 언론, 시민단체까지 사욕을 채우려는 공범자라는 폭로였다.

그가 SNS에 글을 올렸을 당시 신분은 송도랜드마크 태스크포스 단장이었다. 미국 포트만홀딩스, 삼성물산, 현대건설이 참여한 포트만 컨소시엄 SLC(송도랜드마크시티유한회사)를 상대로 개발이익금 환수를 추진하는 게 그의 업무였다. SLC는 151층 건설로 송도랜드마크를 조성하겠다며 땅을 시가보다 몇 배 싸게 공급받았는데, 막상 땅을 산 뒤엔 돈벌이가 되는 아파트 분양만 추진한다는 눈총을 받고 있던 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공직자인 정 전 차장이 그 같은 글을 올렸다면 151층 건설은커녕 새로운 벽에 부딪혔을 가능성이 높다.
SNS의 몇 줄은 '송도6·8공구 특혜의혹'으로 바뀌었고 마침내 정치권 싸움으로 비화됐다. 국민의 당은 송영길 전 시장, 유정복 현 시장을 배임과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했다. 송 전 시장은 국민의 당과 정대유 전 차장을 맞고발했고, 유 시장은 "전임시장 책임"이라며 자신은 시부채를 갚았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다.
검찰수사가 진행되는 만큼 진실은 더 지나야 알게 될 것이다. 어쩌면 밝혀지지 않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피해 당사자들이다. 인천의 랜드마크를 기대했던 송도국제도시 주민들과 인천시민들은 분을 삭이며 사태를 지켜보는 중이다.

만약 '151층 빌딩 건설 재추진'과 같은 시원한 결과가 나오면 좋겠지만 현재로선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다. 따라서 '개발이익환수'와 '책임자 처벌'과 같은 차선책이라도 나온다면 얼마간 정신적 보상은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답답한 것은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팔을 걷고 나서는 사람들이 없다는 사실이다. 인천엔 오피니언 리더들을 중심으로 인천발전을 위한다는 모임이 여러 개 존재한다. ○○회라는 이름으로 오피니언리더들이 정기적으로 만나는 모임이 있고, 무슨 무슨 ○○회 등 여러 조직도 있다. 그렇지만 무늬만 인천발전이고 사랑이지, 사실 잘 구축한 인맥과 학맥 속에서 자신들의 권익을 더 강화하려는 경향성이 짙다. '송도6·8공구 특혜의혹'처럼 인천에 중요한 현안이 발생했을 때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는 모습을 본 기억이 별로 없다.

인천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물불 안 가리고 나선 주체는 '시민'들이었다. 94년 굴업도 핵폐기장설치 계획을 막은 주체는 인천의 정치인들도 오피니언 리더들의 모임도 아니었다. 생업을 뒤로 한 채 거리로 뛰어나온 어르신과 민주시민들이었고 거기에 양심적인 시민단체,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려는 일부 인사들이 합류했다. 수도권매립지가 지금의 '드림파크'로 변신한 것도 조성 초기 침출수와 파리, 모기떼에 못 견딘 지역주민들의 격렬한 투쟁이 있었기 때문이다. 애초 700m로 하려 했던 인천대교 주경간폭을 안전하게 1000m로 해야 한다며 싸워 결국 800m로 끌어올린 것 역시 '정치 하는' 사람들이나 특별한 모임의 인사들은 아니었다. 서울공항, 세종공항이라고 이름 붙이려 했던 영종신공항 이름을 '인천공항'으로 정하게 만들고, 경인고속도로 통행료 폐지를 촉구하는 움직임도 인천시민들을 중심으로 진행중이다.

송도6·8공구 특혜의혹이 불거지면서 결국 송도주민들이 한 데 모였다. 1만1664명이 모인 '올댓송도'가 의견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시민들은 역사의 바른 길을 찾아, 거대한 물결이 되어 진실의 바다로 흘러흘러 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