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대책위, 인권보장 촉구
"퇴거보다 양성·출국 권고를"
일자리보호·치안 유지 명목
부당한 일 당해도 신고못해
성폭행 하려다 둔기 살해 등
불법체류 악용한 범죄 양산
"한국정부는 20여만에 이르는 미등록이주민을 모두 추방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23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세월호 광장에서는 이주민들의 인권보호에 앞장서고 있는 경기이주민공동대책위 회원들이 최근 출입국관리소의 미등록이주민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강력히 규탄했다.

이들은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무자비한 단속추방정책으로 미등록 이주민들은 반인권적 행위를 겪어도 피해구제를 호소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정부의 이주민정책을 규탄하고 이들에 대한 인권을 보장해야한다"며 "강제추방보단 미등록 이주민 양성화, 출국권고 등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 1일 안성에서 직장동료가 미등록신분인 20대 태국인 여성을 살해한 배경으로 출입국관리소의 대대적인 단속 및 강제추방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출입국관리소의 이 같은 단속을 내국인이 악용해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법무부 등에 따르면 출입국관리사무소는 국내 20여만명에 이르는 미등록이주민을 대상으로 올해 2월13일부터 9월30일까지 24개 경찰·지방자치단체 등과 합동으로 총 153회에 걸친 단속 및 순찰 활동을 벌였다.

국민의 일자리 보호 및 치안 불안감 해소를 위한다는 취지다.

이번 합동 단속으로 전국 미등록이주민 20만8971명(남성 13만9339명·여성 6만9632) 중 불법체류자 1만829명을 적발해 강제퇴거 조치됐다.

이같은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미등록외국인 단속 및 추방 건수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출입국관리사무소는 2014~2016년 미등록외국인 등 출입국사범 39만352명을 단속해 6만9000여명을 강제퇴거 조치했다.

이들 대부분은 체류기간 등을 어긴 미등록이주민들이다.

이 때문에 미등록이주민 사이에서 불법 체류 적발은 곧 '추방'으로 인식되고 있다. '추방공포'에 폭행 등 부당한 일을 당해도 경찰 등 관련기관에 신고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2013년부터 미등록 외국인이 자신의 범죄 피해를 신고한 경우 경찰이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신고자를 인계할 의무는 사라졌지만 미등록 이주민들의 약점을 이용, 범죄에 악용하는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경기이주민공동대책위 관계자는 "미등록이주민들은 추방공포에 시달리고 있다"라며 "피해를 당해도 신고조차 못해 구제받기 어렵고, 음지로 숨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