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SBS골프채널·MBC-ESPN 골프해설위원
2주전 한국남자프로골프(KPGA)의 시즌 마지막 대회장이었던 솔모로컨트리클럽은 축제의 장이었다. 여자프로골프에 비해 부진을 면치 못하던 남자 대회가 2016년 총 13개의 대회 총 상금 95억 원에서 총 18개 대회 총 상금 140억 원으로 증가하며 남자 골프의 부흥을 알린 한 해를 마감하면서 관계자 모두가 남다른 감회에 젖어 있었다.

그런 속에서도 대회장 한 귀퉁이에서는 조촐한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프로골퍼 김대섭(36)이 현역으로서 마지막 라운드를 마치고 작은 은퇴식이 있었다. 김대섭, 한국 남자 골프의 가장 권위 있는 대회인 '한국오픈'의 아이콘으로 불린 선수. 아마추어 시절 두 번의 우승과 프로로 전향하여 한 번 우승. 내셔널 타이틀을 생애 3번이나 거머쥐면서 한국 골프의 세계적 위상에 큰 기대를 모았던 선수가 그것도 남자 선수들의 평균 수명에 비하면 약관의 나이인 36세에 물러나는 것은 누가 봐도 이해하기 어려운 조기 명퇴로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프로 데뷔 16년의 통산 8승과 구력 24년의 통산 10승을 안은 채 그는 그린을 벗어났다. 그의 아마추어 시절의 화려한 기록과 기대는 프로에 들어서 커다란 시련을 겪는다. 스코어 카드 오기의 오명과 정신병 치료까지 해야 했던 드라이버 입스에, 잦은 부상과 생활고까지 겹친 다중 고를 이겨내며 선수생활을 계속 해야만 했다.

늦은 나이에 군 문제를 해결해야 했고 재기에 성공하는 듯 보였으나 그에게 골프의 새로운 영역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국의 세계 골프 위상에도 불구하고 숏게임을 전문의 시설과 교습가가 부족한 실정에 투어를 겸하면서 몇몇 아마추어 기대주를 교육시켜보았다. 투어를 뛰는 것보다 무척 적성도 맞고 행복감이 충만하였다. 그리고 그는 은퇴라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화려한 스폿 라이트를 받는 현역 선수도 좋지만 그러한 선수를 뒷바라지 하며 그들의 화려한 영광을 같이하는 길이 그의 또 다른 행복의 조건임을 알게 한 것이다.

이와는 조금 다른 비유지만 금년 5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서 활약하던 장하나 선수가 두 시즌 동안 통산 4승의 거둔 중견의 선수 자리를 박차고 한국으로의 완전 복귀를 선언했다. 언론들은 앞 다투어 기사를 썼고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냈다. 작년에 그녀를 중심으로 벌어졌던 작은 사건 몇 개를 두고 마녀 사냥하듯 아직은 앳된 그녀를 조용히 두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한국 복귀 기자 회견은 모두의 예상을 벗어나게 했다. 늦둥이를 낳은 아버지가 자신의 미국 생활을 뒷바라지하는 바람에 아버지의 건강을 걱정하게 되었고 살인적인 투어 일정에 좇기며 한국에 둔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인생에 진정한 행복은 어디에 있을까를 깊게 생각하게 되었다고 발표했다. 그 시기에 마침 필자도 공중파 TV '시사매거진 2580'에 출연 요청을 받아 행복의 조건이란 프로그램에서 장하나 선수를 이야기하였고 한 개인의 진정한 행복은 이 사회가 따지고 간섭할 문제가 아니라 그녀의 개인적 문제고 결정이며 이를 존중해 주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렇다. 이외에도 육아를 병행하며 아줌마 신데렐라를 탄생시킨 스토리하며 일찍 선수생활을 마감하고 골프방송의 해설위원으로, 학교 강단에서 교육자로 그들만의 행복을 추구하는 지름길 아닌 우회도로를 선택하는 선수들이 종종 나타난다. 필자가 골프해설로 유명세를 날리던 2000년 초기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부르짖었던 이야기 중에 "아직은 한국의 선수층이 얇고 경험이 일천하지만 그들이 한국으로 복귀하거나 필드에서 은퇴할 경우 그들이 이 마이크를 받아 쥐어야 하고 그런 시기가 올 것이다" 고 이야기 해 왔다.

세계 속의 한국 골프 위상은 해가 갈수록 드높아지고 멈출 줄 모른다. '모든 것에는 끝이 있는 법' 한국 골프도 이를 위해서 차근히 준비해 가야 한다. 한국 골프 산업도 문화도 이에 걸맞게 성숙해지고 노련미를 뽐내는 그런 준비를 해야 한다. 준비에 게을리 하다가 갑자기 맞이해야 할 시대가 올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한다고 귀가 따갑게 들어 왔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다. 솔잎만을 고집하지 말고 솔밭의 생태계를 바꾸어 가야 한다. 그러면 그 송충이는 자연히 그 나뭇잎도 먹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