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규 농협 안성교육원교수
아프리카 원주민들은 독특한 방법으로 원숭이를 잡는다. 조롱박이나 상자 안에 원숭이 손이 간신히 들어갈 만한 작은 구멍을 뚫은 후 그 안에 먹이를 넣어둔다. 먹이를 찾던 원숭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확인하고 욕심껏 손에 쥔다. 그러나 달콤한 유혹을 이기지 못한 원숭이는 음식을 잡고 있는 손을 결코 놓지 못하고, 먹이를 쥔 채로 손을 빼려고 안간힘을 쓰는 동안 원주민에게 붙잡히는 신세가 된다. 위험이 닥쳐도 오래된 관행과 욕심을 버리지 못한 불행한 결과이다.

가정에서도 살림이나 물건을 버리기 아깝다고 습관적으로 모아두기 쉽다. 하지만 나중에 이사하거나 집안 대청소를 하면서 진작에 버릴 걸하면서 후회하게 된다.
불필요한 물건을 과감하게 버릴 때 빈 공간을 얻게 되고 새로운 희망으로 채울 수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익숙한 환경, 일상에서 쉽게 벗어나려고 하지 않으며,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과 생각을 쉽게 바꾸지 못한다.
외부의 자극이 없으면 계속 그 상태를 유지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사람들의 감정과 행동패턴에는 일종의 관성의 법칙이 작용한다. 흔히 말하는 관성은 기존의 것을 고집하고 변화를 두려워하는데서 기인한다. 기존의 것을 버리지 못하고 변화를 두려워할 때 불안과 걱정이 생기게 된다. 그러나 변화는 어느 날 갑자기 엄청난 속도로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눈치 채지 못하게 매우 서서히 다가온다. 변화를 깨닫지 못하면 '끓는 냄비 안의 개구리 신세'가 될 수도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오랜 시간 투자와 노력으로 획득한 과거의 핵심역량도 미래의 신규 사업 추진에 효과적으로 활용될 때 비로소 진정한 가치를 갖게 된다. 애플은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지금의 애플을 만들어 준 아이팟을 고사시켰고, 후지필름은 필름사업을 버리고 화장품 및 제약업체로 완전히 탈바꿈을 하였다.
잘못된 과거를 버려야 희망찬 미래를 얻을 수 있고, 낡은 구태와 관습을 버려야 새로운 변화와 도약을 이룰 수 있다.

변화하는 세상에서 과거에 붙잡혀 있으면 절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과거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관성을 깨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우주선은 지구 대기권을 벗어나는데 연료의 거의 대부분을 소진한다.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야 우주를 향해 순조롭게 비행할 수 있는 것이다.
새로운 출발을 위해서는 과감한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 버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야 한다. 과거의 관성, 습관의 중력을 벗어나지 못하면 조직이든 개인이든 미래는 없다. 성공은 버리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