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지진 여파로 1주일 연기됐던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이 어제 치러졌다. 이번 수능은 특히 사상 유례 없는 자연재해로 미루고 치른 시험이라 더 의미를 갖게 한다. 학생들은 그동안 갈고 닦았던 실력을 마음껏 발휘했고, 지옥 같은 입시 스트레스에서 해방됐다고 생각한다. 1주일 전만 해도 수능일이 전격 연기되면서 여기저기서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수능 전날 책을 모두 버리는 관행에 따라 많은 학생이 책을 헌책방에 팔았다가 되사러 갔다. 그런가 하면 이 틈을 노려 수익을 올리려는 일부 얌체학원 때문에 어떤 학생들은 1주일치 돈을 더 내고 학원을 다니기도 했다. 무엇보다 수능당일에 맞춰 컨디션을 최대한 끌어올렸던 학생들의 경우 맥이 풀리면서 혼란을 겪어야 했다. 그래도 대부분의 학생은 성숙한 태도로 인고의 1주일을 잘 이겨냈고, 마침내 수능을 치러냈다.

수능을 마친 학생들은 앞으로 새로운 세상으로 발걸음을 내딛게 된다.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학과와 대학을 찾고, 자기 점수에 만족하지 않는 학생은 재수 등 다른 길을 선택할 것이다. 학생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원하거나 좋아하는 분야와 연관된 과를 찾아 진학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대학에 간 많은 학생이 과나 학교가 적성에 안 맞아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함을 볼 때 신중한 선택은 매우 중요하다. 자신이 관심 있거나 잘 하는 분야를 선택하면 밝은 미래가 보장될 가능성을 높인다. 그 분야에서는 잘 할 수밖에 없고, 그럼 남들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

수능생들은 법적으로도 미성년자 신분을 벗어나 어른의 세계로 진입할 것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권한'과 함께 '책임'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모가 관여하지 않고 스스로 결정할 자유를 얻지만, 자신이 결정하고 실행하는 일에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하므로 어깨가 더 무거워질 것이다. 수능이 치러지기 전까지 수년간을 뒷바라지 한 학부모와 1주일이 연기됐음에도 불평불만 없이 묵묵히 시험을 준비한 학생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모두 원하는 성적을 거두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