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원일 인천부평으뜸포럼 대표
"나는 내 운명의 주인이요 내 영혼의 선장이다"라고 노래하며 불굴의 의지를 천명했던 시인 윌리엄 어니스트 헨리가 떠오릅니다. 하지만 그가 쓴 시 인빅터스(invictus)라는 제목은 라틴어로 '정복 불능'이라는 뜻이기에, 17세 때에 다리 하나를 잃은 젊은이의 좌절을 고스란히 읽을 수 있습니다. 이는 흑백화합의 상징 넬슨 만델라가 수감 중에 선택하여 애송한 시로, 27년 간의 옥고를 견디게 한 의지의 밑거름이었습니다. 인고의 세월을 이겨낸 그는 결국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서 백인들에게 용서와 화해의 손길을 펼쳐 아프리카의 별이 되지 않았습니까. 그는 계속 말했습니다. 희망을 버리지 않으면 소망은 이루어진다고.
빠르게 변하는 복잡한 사회에서 현대인들은 각자의 짐을 지고 오늘도 엄숙하게 발걸음을 옮깁니다. 가끔은 하늘에 묻힌 별자리를 찾으며 고단한 자신의 삶을 돌이켜 보곤 합니다. 홀로 혹은 여럿이 머리에 이고 있는 삶의 무게는 그리 녹록지 않을 뿐더러, 기업이나 학교 그리고 공공기관 혹은 가정에서 느끼는 중량감 또한 제 각각입니다.

이처럼 우리네 삶은 공평하지 못해서 누군가에게는 누리는 것이지만, 누군가에겐 버티거나 견디는 것입니다. 특히 한국은 압축 성장을 하면서, 나는 성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에 갇혀 있습니다. 지금도 누군가를 제치고 올라가야만 하며, 경쟁자에 대한 분노는 내부로 억압되어 있습니다. 또한 타인에게 공감할 여유가 없어 보입니다. 여기서 발생하는 공격성은 자기 자신 혹은 자기보다 약한 사람이나 아랫사람을 향해 분출될 것입니다. 개인의 자살, 자해, 알코올 중독은 연일 발생하고, 따돌림, 폭행 등은 집단 내에서 이뤄집니다. 그러기에 어른들은 자라나는 2세들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줘야 하고, 욕망과 감정이 발현되는 공간을 제공해야 합니다. 나아가 성공의 강박 관념에서 자유로워져 자기만족을 하게 해야 하지만, 고난의 떡을 먹으며 눈물의 잔도 마시게 훈련해야 합니다.

명색이 지식인들의 품격과 나름대로의 영혼은 사라지고, 사회 지도층의 소명 의식과 금욕적 경계는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롤 모델은 사라지고 역할 혼란은 가중되고 있습니다. 이토록 현실이 암울한 것 같지만 그래도 우리가 바라볼 곳은 미래입니다.
개인이 꿈꿔 본 곳에 도달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했으나 이루지 못할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 앞에 비록 서러운 세월이 놓이게 될지언정, 그만큼 서로 상처를 보듬으며 다가올 시간을 안아주어야 되겠습니다. 어쩌면 능력이나 열정은 견디고 지속하는 힘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자신의 존재에 대한 긍지와 용기를 갖고, 목표의 임계점이 코앞에 왔다는 확신으로 조금만 더 버텨야 합니다.

한편 영원한 조국 대한민국은 '톨레랑스'로 국격을 세워야 하겠습니다. 자기와 다른 신앙과 사상, 행동 방식을 가진 사람을 용인해야 합니다. 정부와 국민의 대화는 참을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매우 정교하고 복합적이며 인간적인 과정이어야 합니다. 깊고 넓은 바다같이 빗물에서 오염된 폐수까지 모든 물을 수용하고, 푸른 빛깔로 뭇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군자의 포용이 필요합니다. 승자는 관용이라는 덕목도 갖출 때 폼이 납니다. 5천만 국민이 희로애락을 함께 하며 지금까지 겪어온 고통을, 보람으로 풀어주는 삶이 가능한 우리 조국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