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작 쌓여있고 연통서 연기 스티로폼 벽은 화재에 취약
▲ 서울외곽순환도로 아래에 지어진 비닐하우스 건물. 내부에 난방시설, 전기시설이 있어 자칫 불이라도 나면 외곽순환도로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불이 날까 너무 걱정돼요"

22일 오전 인천 계양구의 한 개발제한구역 농경지에 위치한 비닐하우스의 굴뚝 연통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검은 천으로 덮인 비닐하우스의 문틈 사이로 자전거 운동기구, 냉장고, 거울, 간이침대가 보였다.

이곳에선 농작물 대신 사람이 거주하고 있었다. 주변에는 땔감으로 쓸 장작이 잔뜩 쌓여 있었다. 비닐과 스티로폼 등으로 만든 이 건축물은 언뜻 봐도 안팎으로 화재에 취약해 보였다. 바로 옆 추수를 끝낸 논은 일부러 불을 붙였는지 검게 그을려 있었고, 전봇대 전선은 비닐하우스 지붕에 걸쳐져 있었다. 자칫 불이라도 나면 소방차는 너비 5m도 안 되는 농로를 1㎞ 넘게 내달려 와야 한다.

주거용 비닐하우스에 사는 시민들은 올해도 위태로운 겨울나기에 돌입했다. 화재에 취약해 매년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안전 사각지대'로 불리지만 문제 해결은커녕 실태 파악조차 힘에 부치는 분위기다.

인천지역 자치단체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기관별로 파악하고 있는 주거용 비닐하우스 통계는 제각각이다. 비닐하우스를 주거용으로 고치는 일이 불법이다 보니 음성화돼 있어 전수조사가 쉽지 않은 것이다.

2014년 1월 경기도 고양시 한 주거용 비닐하우스 화재로 일가족 4명이 숨지는 참사가 있고 난 뒤, 계양구는 그린벨트 내 주거용 비닐하우스 10곳에 이행강제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소방당국은 현재 계양구에서 확인된 것만 32군데라고 밝혔다.

그나마 가장 정확한 수치를 보유한 기관은 각 자치단체 소방서다. 2014년 고양시 사고 이후 소방대원들은 직접 관할 구역을 돌며 주거용 비닐하우스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인천 9개 소방서 자료를 취합하면 지역에선 총 84곳이 확인된다. 계양소방서가 32곳으로 가장 많고 서부·공단소방서 각각 15곳, 공항소방서 12곳 등이다.

한 소방서 관계자는 "구에 관련 자료를 부탁했는데도 답변이 안 와 직원들이 일일이 모은 것"이라며 "비닐, 스티로폼이 주재료라 화재 발생 시 연소가 빠르고 다량의 연기 발생으로 인명 피해 우려가 높다"고 전했다.
한 자치단체 관계자는 "사람이 사는 비닐하우스를 하나하나 찾기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찾더라도 어려운 환경에 있는 이들을 강제로 내쫓기도 사실상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글·사진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