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침해 논란 심경 토로 … "비난 견디기 어렵다"
▲ 22일 오후 수원시 영통구 아주대학교병원에서 이국종 교수가 총상을 입은 채 귀순한 북한군 병사의 회복 상태 등을 설명하며 병실에 걸린 태극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군 병사가 강건해서 살아났다. 우리(의료진)는 환자 생명을 위해 목숨 건 사람들이다. 진정한 환자 인권은 생명을 살리는 일이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은 22일 "북한군 병사가 의식을 되찾고, 안정단계에 있다"면서 위기를 넘긴 과정을 설명하며 그 간 '귀순 북한 병사 인권침해' 논란과 관련한 복잡했던 심경을 가감 없이 쏟아냈다.

이 센터장은 이날 수원아주대병원에서 2차 브리핑을 열고 "우리는 칼을 쓰는 사람들이다. 외과 의사들은 가장 단순하면서도 전문화된 일에 특화된 사람"이라며 "말이 말을 낳은 복잡한 상황을 헤쳐 갈 힘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이 센터장이 지난 15일 1차 브리핑을 통해 귀순 북한 병사의 장기가 분변과 기생충 등으로 오염됐다는 사실을 전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 '인권침해' 논란에 불을 댕겼다.

이 센터장은 "합동참모본부와 모든 정보를 상의해 결정한 것"이라며 "개인정보 유출이나 인격 테러에 대한 비난을 견디기 어렵다. 자괴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국내 대표 의료기관 관계자가 국회의 한 보좌관에게 보낸 메시지를 공개했다.

'이국종 교수가 중증외상환자도 아닌 석 선장을 데려와 수술하는 멋진 쇼를 잘해서 국회에서 법안과 예산이 통과돼 (외상센터가)설립 될 수 있었습니다'는 내용이다.

그는 "이 글은 대한민국 최고 의료기관에서 종사하는 분이 작성했다"며 "이런 분이 나를 사기꾼이라 말하면 사람들이 과연 누구 말을 믿겠느냐. 대한민국 사회 무섭다"고 말했다.

그는 중증외상센터 직원들이 처한 열악한 현실에 대해서도 할 말을 했다.

이 센터장은 "중증외상센터 직원 300명은 '목숨을 잃어도 상관없다'는 사명감을 갖고 뛰어든 사람들이지만 정작 인권 사각지대에서 놓여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현장 출동 중에 유산한 간호사, 어깨가 부러진 의사들도 있지만 정부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썼다"며 "우리를 보호해줄 사람 없다. 100분의 1만이라도 우리를 불쌍히 여겨 달라"고 부탁했다.

이 센터장은 북한 병사에 대해 "북한 병사 의식이 돌아와 가벼운 농담까지 하는 수준으로 회복됐다"며 "현재 물만 마실 수 있는 상태이다. 건강이 호전되면 이번 주말쯤 일반병실로 옮겨질 것 같다"고 밝혔다.

한편, 유엔사는 이날 북한 병사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으로 넘어 올 당시 긴박했던 CCTV를 공개했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