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은 물리적 피해보다 심리적인 공포감이 더 파괴적이다. 한번 지진을 겪은 사람들은 그 마음도 흔들리고 무너져 불안감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한 밤 중의 휴대폰 진동소리에도 소스라쳐 놀란다고 한다. 지나고 보면 규모가 작은 여진이었어도 그 순간에는 깊이 모를 공포심에 사로잡힌다고 한다.

이 와중에 포항 재난 현장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악플들이 횡행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래서 더 힘들고 서운하다고 한다. '이기주의'와 '지역감정'에 '정치적 편가르기'까지 가세한 악의적 매도는 지진보다 더 파괴적이다. 무엇이,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인까. 이처럼 배배꼬인 심성들이 우리 사회를 휩쓴다면 미래는 그야말로 암담하다 할 것이다. 오늘 대한민국의 낯뜨거운 자화상이다.
보도된 악플들을 보면 참 대단한 심성들이다. 무시무시한 수준이다. '왜 이렇게 호들갑이 심하냐' '포항 수험생들은 너무 이기적이다' '너네들 때문에 수능 미뤄졌다. 포항 애들 빼고 수능 치자' '수능이 장난인가. 포항 때문에 나머지 지역이 피해를 봐야 하느냐' '지진이 불안한 게 아니라 실력이 불안하겠지' '경상도 사람들 더 피해 좀 봐야 한다' '솔직히 경북지역은 박정희 박근혜 추종자들이라 다 죽어도 할 말 없지' '령상도껏들 한푼도 도와줄 수 없다. 내 세금 아깝다' '조만간 시체 구경하게 될지도 ㅋㅋㅋ' '경상도 지역은 지진이 더 나봐야 정신차릴 것' '선거 때 00당만 뽑더니 꼴 좋다. 벌 받았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나. 저 매도와 저주의 주인공들이 우리 미래세대들이라고 생각하면 개탄스럽다. 익명의 그늘에 몸을 숨기고 독기(毒氣)를 뿜어대는 비겁이라니. 극도의 비겁과 뒤틀린 심성의 그들이 대학을 가고 출세를 한들 무엇이 남겠는가. 그들만 탓할 수도 없을 것이다. '저주와 파괴의 굿판'은 이미 어른들이 수없이 본을 보인 터이니. 다행히 '포항 시민들 힘내세요'라는 선플 캠페인이 시작됐다고 한다. 댓글 실명제 청원도 잇따른다고 한다. 이 또한 '직접 민주주의'라고 마냥 두둔할 것인가. 동냥은 못줘도 쪽박은 깨지 않는 우리네 심성들은 다 어디로 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