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제연구원 이사장
0.005%의 불량도 큰 문제인 산업이 물류(物流)다. 잘못 만들어진 과자는 환불을 받거나 바꾸면 된다. 그런데 오기로 한 화물이 안 오면 비극이다. 2만개 중 1개 정도가 잘못된 목적지로 보낸다고 알려진 물류업체 UPS의 한 관리자가 "그 1개가 누군가의 수술을 위한 엑스레이라면 그것도 많아요"라고 하는 이유다.
에드워드 흄스는 근작 'Door to Door'에서 "내가 아침에 마시는 커피는 내가 구매하는 시점까지 밭에서 수출업체, 항만, 공장, 물류센터, 매장, 우리 집까지 4만8000㎞가 넘는, 지구를 한 바퀴 돌고도 남는 거리를 이동했다"고 했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대부분의 물건들이 그렇다. 무수한 시간과 장소의 씨줄과 날줄이 맞추어진 결과다.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인공지능이 실력을 발휘할 분야다. 그래서 물류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총아(寵兒)다.

인천항은 전통적인 원자재 수입항에서 컨테이너 수출 및 환적항으로 커가는 과정에 있다. 컨테이너는 물류 DNA를 바꿨다. 20피트 깡통으로 만들었기에 분류 및 배송을 규격화했고, 비가 와도 작업이 가능하다. 물류의 생명인 시간을 예측가능하게 했다. 4차 산업혁명의 격전장이 될 필요조건을 갖추었다.

송도에 있는 인천신항의 컨테이너를 쌓은 공간에 가 보자. 컨테이너를 옮기는 크레인의 작업은 97%가 자동이다. 또 '싱글 윈도우'도 있다. 컨테이너 부두를 드나드는 트럭기사들은 핸드폰으로 항만 내 사정을 알 수 있다. 배가 도착했는지, 짐을 내리기 시작했는지, 진입로의 교통은 어떤지 등등. 운송 횟수로 용역비를 받아 촌음을 다투는 그분들에게 '피 같은' 정보다. 사실 우리나라는 항만운영정보시스템 같은 공유망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적어도 5년은 앞서 나가고 있었다. 스마트 항만은 기존 항만보다 2배의 물량을 처리하고 연간 20%의 비용을 아낀다는 통계도 있다. 이런 시스템과 함께 인천항은 2020년에는 신항과 신국제여객터미널 등을 통해 350만개의 컨테이너와 250만명의 여객을 맞을 예정이다.

세계 물류는 혁신 중이다. 중국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를 보자. 올해 초 머스크 등 세계 최대 선사와 중국 화주를 원터치 예약을 통해 직접 연결하는 E-비즈니스 플랫폼을 만들었다. 중간 매개업체를 통하지 않고 직거래한다는 것이다. 삼성SDS도 SM해운과 이러한 거래를 테스트하고 있다. 올 5월 노르웨이의 화학회사 '야라'는 사람 없이 홀로 다니는 컨테이너선을 띄울 계획을 밝혔다. 가까운 연안 간 운항이다. 초기에는 승조원이 타고 2019년에는 원격조정, 그리고 2020년에는 사람 없이 운행할 생각이다.

그런데 걱정이다. 산업혁명은 생산성 향상의 폭발이다. 1,2,3차 모두 그랬다. 생산성 향상이란 1인당 매출의 증가다. 그런데 분자가 늘지만 분모도 준다. 위에서 보듯 중간에 물건배송 신청을 받아 선사와 연결하는 포워딩도 없어지고, 선박을 운행하는 사람도 준다고 하면 생산성의 향상은 있다. 그런데 일자리는 준다.
4차 산업혁명은 비정하기만 한가? 빅데이타와 인공지능은 개개인의 요구에 일일이 대답하는 자상함이 있다. 알리바바의 성공 이유는 사람들의 구체적 요구를 개별적으로 해소해준 데 있다. 몇 년전 들렀던 일본 후쿠오카의 라면집이 생각난다. 독서실 좌석 같은데 앉으면 표가 있다. 거기에 볼펜으로 면의 굵기, 국물의 맵기, 식사의 양을 일일이 표시한 다음 앞의 작은 커튼을 열고 주면 5분 후에 그대로 나온다. 이런 라면집을 확대한 것이 사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글로벌 물류다.

일자리위원회가 11월30일까지 총상금 1500만원의 대한민국 일자리 아이디어 공모전을 개최 중이다. 항만과 물류 쪽에도 창의적인 대안이 많이 제시되면 좋겠다. 인천에는 신항배후 골든하버 프로젝트 등 13만여평에 쇼핑, 레저, 휴양 등 기능이 생긴다. 물류와 생산단지의 청사진도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선진화하는 인천항도 새로 창출되는 일자리와 함께 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