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한 사서라 할 수 있는 인간은, 우연의 산물이거나 나쁜 조물주들의 작품이다. 이에 반하여 우아한 책장과 신비한 책 그리고 순례자들을 위한 편안한 계단들, 사서들을 위한 호젓한 장소 등을 갖추고 있는 우주만이 신의 작품이다. 어떤 책 끝장에 서툰 필체로 휘갈겨 쓴 삐뚤어진 글씨와 책 속에 들어 있는 정확·섬세하고 균형 잡히고 짙은 글씨들을 비교해 보면, 신과 인간의 차이가 얼마나 큰가, 쉽게 알 수 있다.-보르헤스 소설 <바벨의 도서관>중에서

필자는 지금 부평의 삼산도서관 상주작가로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작가에게 월급을 지급하고, 도서관은 작가에게 집필실을 제공하고, 작가는 집필과 더불어 문학큐레이터가 되어 지역주민을 위해 문학 강의를 진행하는 형태이다. 전국 32곳의 도서관에 상주작가가 있으며 인천에서 서구의 신석도서관과 필자가 있는 삼산도서관이 선정된 걸로 알고 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꼬박 도서관에 있다 보니 도서관에서 꽤 많은 문화 관련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도서관은 진즉에 책을 읽거나 빌려가는 곳 이상의 역할을 훌륭하게 하고 있었던 것이다.

부평구에만도 작은도서관을 포함하면 30개가 넘는 도서관이 있다니 인천만 해도 얼추 200개 넘는 도서관이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자신이 살고 있는 가장 가까운 곳에 문화시설인 도서관이 있는 것이다. 많은 도서관이 <길 위의 인문학> 사업을 통해 시민들에게 인문학 강좌를 제공하고 있고, 북콘서트, 영화상영,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놀이문화 등을 운영하고 있다.

도서관이야말로 시민들과 가장 가까이에 있으면서 다양한 문화 전초기지 역할을 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아이들에게 놀이동산의 기억이 아니라 엄마와 손잡고 찾아간 도서관에서 만난 어떤 책을 기억하게 한다면, 좌절하고 흔들릴 때 도서관에서 우연히 집어든 한 권의 책이 나를 위로한다면 그들의 삶이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철학자에 가까운 보르헤스는 '도서관에 사는 여느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도 젊었을 때 여행을 하였다. 나는 한 권의 책, 아마도 서지목록들에 대한 목록을 찾아 돌아다녔다.' 라고 고백한 바 있다.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