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빈 과천시 표구화랑 '기획' 사장
'소래산 마애상 탁본' 복원 실력 입증

"기계로 표구 가치없어 … 정성이 필요"

"표구라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고가의 훼손된 그림이나 곰팡이 핀 고서같은 것은 원형대로 복구를 하려면 보통 장인정신이 아니면 표구를 해도 오래가지 못하고 그 가치가 없는거지요. "

과천시 별양동에서 표구화랑 '기획'을 운영하고 있는 임동빈(58)사장은 표구 작업의 중요성을 이같이 설명했다.

임사장은 40여년간 장인정신을 발휘, 고가의 그림이나 고서화복원 등 표구계에서는 '달인'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곳 표구화랑 '기획'은 일반 표구사에서 거의 다루지 못하는 그림, 곰팡이가 심하게 핀 서화작품, 얼룩진 작품, 훼손된 작품 등을 전문가들도 식별이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게 복원, 표구를 해 의뢰한 사람들의 만족은 물론 감탄을 자아내고 있다.

고서화 복원에 전문적인 기술과 지식을 가진 임 사장은 현재 표구 달인으로 알려져 국내 뿐만아니라 입소문을 통해 멀리 미국 LA에서까지 의뢰인이 찾아와 작품을 맡길 정도다.

이렇게 임사장이 전문가로 알려진 배경에는 서울 인사동 표구사, 고서화를 전문으로 하는 표구사, 수예전문 표구사, 족자전 문표구사 등 수십군데 표구전문 작업장을 거치면서 복원기술을 연구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임 사장은 고서화 복원 분야에서 오랫동안 전문을 익혀 화방작업 및 전시회의 수제족자 제본 등 일반 표구사에서 작업을 할 수 없는 것들도 다양하게 작업을 하고 있다.

임 사장의 대표작 몇가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소래산 보물 1324호 마애상 탁본을 족자로 만든 세계 최대크기 표구를 꼽을 수 있다.

지난 1987년 시흥시에서 의뢰받은 소래산 마애상 탁본표구는 임사장의 실력을 인증받게 된 계기가 됐었다. 당시 국내 보물로 알려진 시흥시 소래산 마애상 탁본 표구는 그 크기가 가로 5m, 세로 15m로 일반적인 표구사에서 제작이 불가능했다. 시흥시는 당시 마애상 표구를 위해 서울 인사동 지역 등의 수십 여군데 표구사에 의뢰했으나 거절당하는바람에 한때 중도 포기했었다. 그러던 중 임 사장에게 이같은 소식이 전달된다.

임 사장은 시흥시로부터 표구를 의뢰받아 87년 여름 시흥시청 강당에서 1개월에 걸쳐 작품을 완성했다. 표구는 1988년 서울 올림픽 성화 봉송 당시 시흥시 소재 신라예식장 전면에 걸려 사람들이 그 작품 규모에 감탄하기도 했다.

이와함께 1999년 제작된 서예대가 현석 정영채 선생의 서예작품 농가월영가 액자 (700㎝×200㎝크기)도 임사장의 대표작이다. 처음엔 수원에 있는 농업공무원 교육원에 있던 것을 교육원이 전남 나주로 이주하면서 현재 나주 농업공무원 교육원 로비에 전시돼 있다.

임 사장은 "표구는 예술작품을 다루기 때문에 정성이 많이 필요하다. 값싸게 기계로 표구를 하는 것은 가치도 없다"며 "적어도 표구작품의 가치를 높이려면 섬세한 장인의 손길을 거쳐야 진정한 표구작품이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과천=권광수 기자 kskwo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