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정권, 음악에 울고 웃었다
정치·음악이론 상관관계 분석

"음악잡지·국악장려 정책 펴고

체제 저항하면 작품통제·탄압"



▲ 김은경 지음, 다인아트, 301쪽, 2만원
"신은 있으나 침묵을 지키며 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 '숨은 신'이었다. 신은 나타나면서 숨으며, 숨으면서 나타난다. 음악 속 '숨은' 정치성은, 신이 있으나 그 모습이 나타나지 않는 것처럼 음악 속에 정치성이 숨어 있다는 의미이다."

박정희체제의 지배양식을 정치이론과 음악이론의 상관관계로 분석한 '정치와 음악'이 출간됐다.

저자인 김은경 교수는 이 책을 통해 한국정치학계에선 척박한 연구영역인 '음악의 정치성'을 주제로 박정희체제의 지배양식을 음악정책으로 분석하기 위해 음악작품을 새롭게 개념, 정의했다. 음악가와 음악재료 사이의 상호 작용의 결과 즉, 악보가 음악작품이지만 저자는 음악관련 법, 제도, 조직 역시 생산되고 소비된다는 측면에서 '음악작품'으로 보았다.

또 음악작품의 생산주체는 작곡가, 지휘자, 연주가, 성악가, 가수, 음악평론가라는 일반적 개념의 '음악가'가 아닌 보다 확장된 개념으로 음악관련 각종 행정적 업무를 다루는 기관장, 관련제도 법을 만드는 관료 등을 '음악인'으로 정의했다.

저자는 박정희체제 당시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이루어졌던 다양한 음악정책이 음악인들과 어떠한 방식으로 상호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따라가는데, 이 과정에서 우리에게 친숙한 음악정책인 찬가 및 군가보급정책, 국민개창운동(다함께 노래부르기), 가요정화대책을 비롯, 이 시대에 양산된 금지곡 및 안익태, 윤이상, 한대수, 이장희 등의 음악인을 만나게 된다.

저자가 주장하는 박정희체제의 음악은 지배이데올로기의 재현이며 정권세우기에 동원됐고 선전도구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음악잡지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체제에 대한 지지를 노골적으로 표출하거나, 민족문화를 창달한다는 미명하에 국악장려정책을 펼치고, 5·16쿠데타를 미화하고 정당성을 대외적으로 알리기 위해 음악의 세계화라는 명분으로 국제음악회를 개최했다.

반면 체제에 저항하고 비판적인 음악인과 작품들은 철저하게 통제되고 탄압받았는데 반공주의를 내세워 정권연장과 체제 안정을 도모한 '동백림사건'이라든지 공연활동의 정화대책에 따라 많은 대중가요들을 '시의에 적절하지 않음' 또는 '방송부적합' 등의 이유로 금지곡으로 묶어버렸다.

특히 최근 '문화계 블랙리스트'사건이 연상되는 음악통제 및 장려정책을 사료에 근거해 소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박정희체제를 '파시즘적 요소가 있다', '일본파시즘과 닮았다', '국가주의적인 총동원체제다'라고 명명하고 박정희에게 음악은 체제를 선전하고 국민을 선동하는 수단에 불과했으며, 창작환경을 마련해 주고 연주의 공간을 확보해 주는 것으로 음악인들의 환심을 사고 음악인들을 동원해 개인보다는 조직을 우선시하며 흐트러지지 않게 국민을 하나로 만드는 음악운동을 벌였다고 지적했다.

오는 11월27일 인하대학교에서 '정치적인, 그래서 가장 일상적인 정치와 음악'이라는 주제로 출판기념회를 갖는 저자는 인하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아도르노의 음악정치학'으로 석사학위를, '박정희 체제의 음악정책 분석'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유신체제의 음악통제양상에 관한 연구', '박정희체제의 음악정책에 대한 비판적 연구-국민개창운동을 중심으로' 등 다수의 연구 논문이 있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