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서 미수습자 3명 장례식
유가족·조문객 '눈물의 이별'
분향소 한쪽 벽 추모 글 가득
▲ 19일 오후 세월호 미수습자 단원고 양승진 교사와 박영인·남현철군의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안산시 상록구 제일장례식장에서 조문객이 유가족과 손을 맞 잡고 영정사진을 바라보고 있다. /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사랑해… 이제 안녕."

끝내 찾지 못한 세월호 미수습자 5명이 우리곁에 잠시 머무르기 위해 찬바람이 되어 왔다. 영정 사진속에 단원고 양승진 교사와 박영인·남현철군은 영원한 이별의 슬픔을 아는지 가족·친구들을 맞았다.

19일 오전 미수습자 5명 중 3명의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안산제일장례식장은 매서운 추위에도 이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한 조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조문객을 맞으며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울음을 힘겹게 참아내는 듯했다. 이들 모습에 조문객들은 침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이후 양승진 교사 박영인·남현철군, 권재근씨·혁규군 부자 등 5명의 고인이 끝내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남현철·박영인군, 양승진 교사는 18일부터 이틀간 안산제일병원에서 권재근·혁규 부자는 서울아산병원에서 각각 장례를 치르고 있다.

이날 빈소가 마련된 안산시 안산제일장례식장을 찾은 이은미(45·수원)씨는 "부모 입장에서 자식을 먼저 보내는 고통도 견디기 힘든데 유해까지 찾지 못해 슬프다"며 "어떠한 말로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교사로 소개한 한 시민은 "돌아가신 양승진 교사와 박영인, 남현철 군과는 직접적인 인연은 없지만, 교직에 몸담은 입장에서 마음이 좋지 않아 직접 장례식에 찾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제삼자도 이렇게 마음이 아픈데 가족을 찾지 못하고 장례식을 치르는 유가족의 마음은 어떨지, 감히 헤아려지지 않는다"고 했다.

단원고 미수습자 3명 중 한 명의 친척이라는 조문객도 "너무 애통하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육지로 나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분향소에 도착한 추모객들은 곧바로 미수습자 영정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그리곤 앳된 모습의 현철·영인군, 한 가정의 아버지 양승진 교사의 영정 사진을 보고 시간이 멈춘 듯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유가족들도 조문객들의 추모가 이어질 때마다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았고, 울음을 터트리는 조문객도 있었다.

합동분향소 한쪽 벽에는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추모의 글로 가득차 있었다.

'선생님 가시는 길 파도 한 점 없이 편안하고 잔잔한 길만 가득하길 바랍니다.', '현철 영인아 푸른 청춘을 애석하게 마무리하게 돼 마음이 아프다.' 등의 추모 글을 살펴보면서 눈물을 훔치는 조문객도 있었다.

안산에서 온 김혜정(32·여)는 "연두빛 고운 새싹 같은 아이들이 가족품으로 돌아오지 못해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글을 읽다 슬픔이 복받쳤다. 세월호 희생자들을 평생 잊지 않겠다"고 울먹였다.

유가족들은 장례가 끝나면 찾지 못한 유해 대신 유품을 태워 유골함에 안치할 예정이다.

영인군의 교복 상의와 현철군의 가방은 4월27일 남학생 객실로 쓰인 4층에서 발견됐다. 양승진 교사의 유품은 발견되지 않아 생전에 학교에서 쓰던 물품과 옷가지로 대신할 예정이다.

세월호 미수습자들의 유품은 참사 1315일째인 20일 오전 이 곳을 떠나 수원 연화장에서 화장된 뒤 다른 세월호 희생자들이 잠든 평택 서호공원으로 옮겨진다.

이날 장례식장엔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안희정 충남도지사, 남경필 경기도지사 등이 다녀갔다. 제종길 안산시장도 전날부터 줄곧 장례식장을 지키고 있다. 18일에는 이낙연 국무총리 등이 다녀갔다.

/이경훈 기자 littli1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