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이야기, 우리가 찍고 만들고 전해줘요"
연수구·강화군·서구·동구 주민 매주 영상 제작 수업
기초 기술부터 습득 …만석동 풍경·검단 발전상 등 작품 완성
연수구노인복지관 '라디오스타' 효과 톡톡
▲ 연수구노인복지관에서 '라디오스타'를 진행하는 DJ와 스태프 어르신들.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




'우리 동네 이야기는 우리가 전한다!' 인천 지역 곳곳의 주민들이 '마을 전문가'로 나서 동네의 이야기를 영상으로 제작했다.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진행하는 '마을미디어 지원 사업'에 선정된 인천 연수구·강화군·서구·동구 주민들이 매주 삼삼오오 모여 영상을 제작하는 기초 기술부터 차근차근 배워 하나의 작품을 완성했다. '미디어를 통해 우리 동네에 더욱더 귀 기울이고 작업하며 공동체를 이루겠다'는 마을미디어 지원 사업의 목표에 걸맞게 짧지만 알짜배기 영상들이 주민들의 열정으로 탄생했다. 서툴지만 배우겠다는 의지와 열정 때문인 지 수강생들의 배움의 온도는 높았고,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라디오스타'
"추운 겨울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안녕하십니까! 11월16일 인사드리는 채영란 입니다~"

지난 16일 오늘도 어김없이 오후 12시30분이 되자 채영란 DJ의 차분하면서도 귀에 쏙쏙 박히는 음성이 복지관 내 식당과 휴게공간에 흘러나온다. 그날의 기분과 최근 이슈, 복지관 소식으로 노련하게 방송의 문을 여는 채 DJ는 지난 2010년부터 복지관의 점심시간을 책임져 온 베테랑이다.

연수구노인복지관엔 매일 점심시간이면 특별한 라디오 방송이 흘러나온다. 복지관 어르신들의 사연, 계절 음식 이야기, 건강정보 등 취향에 맞는 다양한 소식을 요일에 따라 전한다. 라디오 방송하면 빼 놓을 수 없는 음악도 신청곡을 받아 재생돼 어르신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만든다.

'라디오방송' DJ와 스태프들은 지난 7월부터 10월 중순까지 매주 금요일 방송 제작 교육을 받으며 한결 더 나아진 모습으로 진행하고 있다. 또 팟캐스트 개설 수업을 통해 애플리케이션 '팟빵'에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를 올려 청취자 팬 층까지 두텁게 쌓인 어엿한 라디오 DJ가 됐다.


이들은 지난 9일 복지관 대강당에서 공개방송을 통해 다시 한 번 존재감을 드러냈다. 당시 인천시청자미디어센터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생중계로도 전파를 타기도 했다.

채 DJ는 "마이크를 잡은 지 6년이 넘어 이제는 긍지와 자부심을 느낀다"며 "빗물에도 바위가 깨지 듯 방송을 통해 많은 어르신들과 친구들이 응원해주고 서로를 배려하고 사랑하는 변화된 모습에 감동하곤 한다"고 말했다.

▲'강화마을 이야기'
"지난 주 다큐멘터리 영상 찍어 오신 것 먼저 다 같이 평가하는 시간으로 수업 시작할게요." 류미혜 강사의 인사말로 수업이 시작된다.

지난 14일 오후 저녁 7시, 강화군 온수리 희망터 지역아동센터가 북적인다. 20대 청년부터 70대 어르신까지 20여 명의 주민들이 낮엔 농사를 밤엔 영상 제작을 배우며 지난달부터 매주 화·목요일 '주경야독'에 빠졌다. 이들은 온수리와 교동, 석모도 등 강화 전 지역에서 삼삼오오 모여 늦은 시각까지 열심히 수업을 듣고 있다.

수강생들은 세 팀으로 나뉘어 온수리 마을의 이야기를 담은 다양한 영상을 제작한다. 최근엔 희망터 지역아동센터와 카페 다루지를 알리는 광고 3편을 완성했다. 현재는 강화 '화문석'과 독거노인을 위한 김장하기 행사를 그리는 '봉사자의 기쁨', '지역아동센터' 등을 소개하는 다큐멘터리 작업을 진행 중이다.

류 강사는 "수강생 분들과 영상 소재를 위해 온수리를 직접 둘러보며 역사 깊은 곳들을 알게 돼 다들 '신기하다. 온수리를 다시 봤다'는 반응"이라며 "강화 내 다양한 곳에서 토박이와 이주민이 적절히 섞여 있어 다음번엔 자신들의 마을 이야기를 담고 싶다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이브 인 만석동'
1970년대 말까지 인천의 대표 어항이던 '만석부두'. 만석고가교 아래 중구와 동구를 연결하는 건널목 인근에는 몇몇 남지 않았지만 '만석동 주꾸미거리'가 형성돼 발길이 끊이질 않는 곳이다.

작가 김중미의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배경이기도 한 만석동의 주민들은 주꾸미 철을 맞이한 동네 풍경을 영상에 담았다.

실제 생업에 종사하는 10여 명이 지난 5월 말부터 9월 말까지 금요일 동 주민 센터에 모여 수업에 참여했다. 촬영을 위해 직접 배에 몸을 싣고 바다로 나가며 적극적인 자세를 보인 수강생들은 자막과 다양한 효과까지 입혀 서툴지만 열정이 돋보이는 작품을 제작했다.

2분20초 분량의 '잠꾸러기 바다를 깨우는 사람들'은 깊고 어둔 밤 고요한 바다를 깨우며 주꾸미 만선의 꿈을 꾸며 배를 타는 모습을 담았다. 영화 '인어공주'의 주제곡 '언더 더 시(Under the sea)' 등을 배경음악으로 꾸며 경쾌함을 더 했다. 


만석동 주민 센터와 백일홍 꽃길, 만석 어린이 공원 등 동네 주요 장소와 만석부두에 낚시를 나가는 모습이 담긴 '새벽을 여는 사람들', 만석동 새마을협의회에서 주민을 대상으로 집고쳐주기 사업을 한 내용과 올해 동구 주민자치센터에서 열린 노래경연대회 모습 등 지역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만석동 마을방송 만들기'도 짧고 굵은 알짜배기 지역 소개 영상으로 완성됐다.

▲ '두유 노 강남스타일?'
낮엔 전통시장의 모습으로, 밤엔 야시장의 모습으로 늘 북적이는 서구의 강남시장. 외국인의 시선으로 본 강남시장은 어떤 모습일까.

러시아, 중앙아시아 등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20여 명은 지난 4월16일부터 7월 중순까지 일요일 저녁 6시마다 휴식 시간을 쪼개 서구외국인사회복지센터에 모였다.

평소 시장 근처 복지사랑방에 모여 시간을 보내던 이들은 자주 오가며 마주치던 강남시장을 집중적으로 바라보고자 했다. 그렇게 강남시장을 소개하는 영상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모았다. 한국어로 2시간 동안 진행되는 영상 제작 수업에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그들의 열정은 결국 통했고 우수한 실력으로 수료했다. 


7분30초의 짧지만 알찬 영상엔 시장의 전경과 물건을 사고파는 모습, 상인들과의 인터뷰, 시장 내 먹거리와 볼거리 등이 담겨있다. "어턴 가게인 지 설명해 추세요", "캉남시장이 오랫동안 있을 수 있던 비켤은 무엇입니까?" 서툰 한국어지만 제법 필요한 질문을 통해 강남시장의 매력을 소개하고 있다.

▲'통(通)!통!통! 마을을 담다'
유난히 개발 사업이 많은 서구 검단 지역, 우리 동네는 어떻게 발전해 가는 걸까?


급변하는 검단 지역을 이해 관계자가 아닌, 주민들이 직접 모여 그들의 시선으로 동네 이야기를 전해주는 영상이 제작됐다.

'검단지역에서 살고 있는 나의 이야기'라는 주제의 이 영상은 14명의 수강생의 손을 거쳐 지난달 말 완성됐다.


대부분 주부로 구성된 14명의 수강생은 지난 9월부터 두 달간 일주일에 두 번 씩 오전에 검단농협 오왕지점에 모여 영상 제작의 기초부터 차근히 배우기 시작했다.

수업 도중 시놉시스가 바뀌고 기획안이 무산되는 등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결국엔 작품을 완성해 수강생들 모두 '나 자신과 주변을 돌아볼 수 있었다'며 높은 만족감을 드러냈다.


/송유진 기자 uzin@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