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매립지 도로 불법유턴 사고 … 단속카메라도 없어
▲ 25t 덤프트럭을 들이받은 승용차가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사고 원인을 덤프트럭 불법 유턴 때문으로 보고 있다. /독자제공
서울·경기 전역에서 폐기물을 싣고 수도권매립지로 향하는 대형 덤프트럭 행렬이 벌이는 곡예 운전으로 인천시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일반 승용차와는 다르게 살짝만 부딪혀도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도로 위 시한폭탄이 신호위반, 과속을 일삼고 있는 것이다. 속도를 재촉하는 업무 환경과 감시 기관의 허술한 관리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SL공사)와 경찰 등에 따르면 16일 오전 6시30분쯤 수도권매립지 제2매립장 동측 외곽도로에서 승용차가 25t 덤프트럭 좌측면을 들이받았다. 2차선에서 불법 유턴을 시도하던 덤프트럭을 1차선에서 뒤따르던 운전자가 미처 피하지 못해 발생한 사고다.

해당 승용차 운전자는 왼쪽 발목 골절 등 심각한 상처를 입고 근처 병원으로 옮겨졌다. 다친 운전자는 SL공사로부터 제2매립장을 위탁 관리하는 삼성엔지니어링의 하청업체 직원으로 알려졌다.

덤프트럭 불법 유턴이 근본적인 사고 이유지만 제한속도만 지켰어도 이런 불상사는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수도권매립지 내 외곽도로 제한속도는 어린이보호구역과 같이 시속 30㎞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다"면서도 "사진 상 피해 차량 보닛이 심하게 찌그러져 있는 걸 보면 제한속도를 넘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체 1685만3684㎡ 면적, 여의도 6배 크기에 이르는 수도권매립지에는 과속과 신호를 단속하는 카메라가 한 대도 없는 실정이다. 단순히 업무 관계자뿐만 아니라 드림파크 골프장과 같은 편의시설도 있어 시민 출입이 잦은 곳이다.

SL공사 관계자는 "폐기물 처리 업체 소속 운전기사들에게 플랜카드나 교육을 통해 교통법규 준수를 요구하고 있다"며 "단속 카메라의 경우 경찰과 협의할 수 있도록 해보겠다"고 밝혔다.

수도권매립지를 잇는 주변 도로에서도 사고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지정차로를 무시하고 대형 화물차량이 1차선으로 주행하거나 과속, 과적으로 노면 손상이 심각하다는 불만이다. 인천시는 비슷한 민원이 끊이지 않자 내년부터 2023년까지 대형 화물차량 집결지인 수도권매립지 인근에서 화물차 전용차로제를 운영하기로 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트럭 운전기사는 "폐기물 운반은 건당 비용을 받기 때문에 시간이 곧 돈인 구조"라며 "도로 위 안전이 가장 중요하지만 생업이 걸려 있다 보니 무리를 하는 동료들이 간혹 있다"고 전했다.

/김원진 기자 kwj7991@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