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이 또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지난 2월 불이 나 40여명의 사상자를 낸 화성시 반송동 동탄 메타폴리스에서 또 화재가 발생했음에도 신속한 대처를 하지 못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지난 5일 오전 10시쯤 메타폴리스 A동 3층에 입점한 패밀리레스토랑 주방에서 조리도중 불이 냄비에 옮겨붙으면서 불길이 치솟았다. 불이 난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레스토랑 관계자가 5분여 만에 불을 껐지만 연기는 이미 3층을 뒤덮고 4층 전체로 번진 상태였다. 대부분의 상가점포는 10시에 문을 열지만 문제는 4층 CGV영화관에서 조조영화를 보던 900여 명의 관객들이었다.

CGV측은 화재경보음이 울렸는데도 7개 스크린에서 그대로 상영하는가 하면, 관람객 수백명을 단 2곳의 비상계단으로만 유도해 혼란을 자초했다. 화재시 매뉴얼을 지켰는지 의심이 가는 대목이다. 이러다 보니 관람객 수백명이 동시에 영화관 좌측 비상계단 1곳으로 몰렸고, 뒤편 옥외계단 1곳에도 수십명이 몰리면서 인파가 뒤엉키고 말았다. 4층에는 6곳의 비상도피처가 있었음에도 2곳만 이용되다 보니 혼란이 가중될 수밖에 없었을 터이다. 더욱이 3~6관 4개 상영관에서는 영화관 직원들의 대피안내조차 없어 관람객들은 불이 난 상황조차 인지할 수 없었다. 얼마나 다급했으면 "불이 났으니 대피하라"는 관람객 말에 따라 스스로 대피했을까. 지난 2월 메타폴리스 주상복합상가 B동에서 발생한 화재 때는 4명이 숨지고 40여명이 부상을 입는 참사를 겪어야 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올해 들어서만 2번 째인 메타폴리스의 화재는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만들었다.

화마는 부지불식간에 찾아온다. 요즘같은 가을철은 매우 건조한 데다 봄·여름동안 쓰지 않던 난방용 가전제품의 갑작스런 사용 등으로 불이 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따라서 그 어느 때보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특히 메타폴리스와 같은 다중집합 시설에서 화재예방과 긴급상황 발생에 대한 준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소방당국의 신속한 대처가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화재를 예방하거나 대처하기 위한 상시적인 안전점검과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정기적인 안전교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