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성심병원에서 간호사들에게 선정적인 복장과 춤(연습)을 강제한 일이 논란이 되었다. 체육대회의 장기자랑 자리를 위해 간호사가 원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스케줄을 조정하여 무리하게 연습을 시키는 것은 물론 특정 안무와 복장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간호사에게 이러한 행위를 강제했다는 사실은 애초에 문제적이다. 그러나 나아가 병원에서 간호사들―특히 신입 간호사―에게 춤과 노래를 '의례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님에도 주목해야 한다. 주변에 간호사로 일하는 적지 않은 지인이 있고 지금까지 여럿의 이야기를 들어왔지만, 어째서 그들이 간호사가 된 뒤에 거쳐야 하는 중요한 일 중 하나가 걸그룹 댄스인지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 반가우면 반갑다고, 즐거운 자리에서 놀아보자고 하는 일이라는 게 고작 '신입' 간호사를 상대로 춤을 강요하는 것이라니. 유흥의 범주가 아무리 빈약해도 이보다 더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의료계 쪽의 문제만은 아니다. 성심병원의 사례만큼 불거지지 않았을 뿐이지 각종 기업에서 신입에게 요구되는 '축하' 세리모니의 현장은 여전히 많고 많다. 이런 자리는 각종 '축하'(가령 신입사원 환영회라든지)나 '유흥'(쉽게 말해 분위기 좀 띄워야 하는 자리)을 이유로 하고 있지만, 그러한 자리에서 '그들이 원하는' 끼를 제공하느라 곤란을 겪는 것은 대체로 신입이다. '유흥'의 자리에서 그것을 즐기는 쪽과 제공하는 쪽은, 곧 엄격한 위계질서와 권력 관계에 의해 강요를 주고받는 강-약자의 관계라는 뜻이다.

직업을 가진다는 것은 곧 (적으나 많으나) 경제력을 갖는다는 뜻이고 엄연한 '어른'의 세계에 뛰어드는 것이라 여겨지곤 한다. 그런데 '어른'이 되는 한 관문을 통과하고 난 뒤 주어지는 '사회 생활'의 첫 임무가 '남들'의 유흥을 위한 장기자랑이라면 너무 절망스럽지 않은가. 권력 관계를 이용해서 누군가에게 '싫고 불편한 일'을 강요하는 것, 또 그것이 적지 않은 경우에 선정적인 것. 어른의 유흥이 그런 것이라면 이를 묵인하고 넘어가는 것만큼 보잘 것 없는 어른의 일도 없을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