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가 '중단 초강수' 두면 손해보상 강제
지난 5일 발생된 한국가스공사 인천생산기지의 가스 누출 사고와 관련, 지방자치단체인 연수구는 '도시가스사업법' 규정에 따라 인천생산기지에 대해 시설 이전·사용 정지·가스 폐기 등 행정명령을 내릴 권한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행정명령으로 인한 손실은 자치단체 등이 보상해야한다는 규정이 동일법상에 있다. 이 때문에 법상 행정명령 규정은 '유명무실' 하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시와 구에 LNG기지 관리·감독 권한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기사 3면

인천시와 연수구는 이번 사고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취할 수 있는 조치를 확인하기 위해 도시가스사업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도시가스사업법에는 가스시설 인허가, 운영 과정에서의 의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권한 등이 규정돼 있다.

이 법 가운데 '27조(가스시설의 개선명령 등) 2항'에는 공공 안전 보장을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취할 수 있는 조치가 담겨있다. 특히 '시장·군수·구청장(기초단체장)은 공공의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긴급·부득이하다고 인정하면 가스사업자에게 시설 이전·사용정지·제한·가스 폐기를 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구가 기지 운영을 중단시키는 '초강수'를 둘 수 있도록 법이 보장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 조항은 유명무실한 상태다. 명령을 내린 지방자치단체가 공사에 운영 중단으로 인한 손해를 보상하도록 강제하고 있어서다. 천재지변·전쟁·불가항력의 사유라면 보상하지 않아도 되지만 이번 사고가 '인재'인지, '불가항력의 사유' 때문인지가 분명치 않아 논란의 여지는 있다.

연수구도 이 조항을 검토한 상태다. 다만 공사 관련 인·허가권을 대부분 산업통상자원부가 쥐고 있는데다 전례가 없어 개선명령을 내리는 방안에 대해선 주저하고 있다. 구 관계자는 "아주 면밀하게 검토하고 있으나 쉽진 않을 것 같다"라며 "사고가 발생했는데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황당하다. 당장이라도 법을 개정해 관리감독의 권한을 가져와야 한다"라고 말했다.

도시가스사업법의 '모순'은 보고체계에도 있다. 법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하면 한국가스공사→한국가스안전공사→산업부·지방자치단체 순서로 보고하도록 돼 있지만, 이번 사고 사례처럼 즉각 보고가 이뤄지지 않는데다 축소 보고라는 지적까지 이어지는 상황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사고 당시 소방차까지 출동해 사고 여부를 물었지만 별일 없다고 해서 돌아오지 않았느냐"라며 "당장이라도 법을 바꿔 이러한 문제들을 수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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