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 메타폴리스 또 화재 … CGV, 경보음에도 일부 상영관 대피안내 없어
▲ 화성시 동탄 메타폴리스 CGV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들어선 한 점포에서 불이 났지만 대피 안내 등이 없어 CGV측의 대응이 미숙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5일 오전 CGV 영화관에서 소화기 앞을 직원이 지나가고 있다. /이성철 기자 slee0210@incheonilbo.com
2곳으로만 대피 유도 … 관람객이 위험 알리기도
CGV "대피 중 상황 종료 … 나머지는 안내 안해"


CGV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들어선 66층짜리 화성 동탄 메타폴리스 A동의 한 점포에서 불이 났지만, 영화 관람객 수백명이 '셀프 대피'한 것으로 확인됐다. CGV측은 화재경보음이 울렸지만 영화를 7개 스크린에서 그대로 상영하고, 관람객 수백명을 비상계단 단 2곳으로 유도해 인파가 뒤엉키는 위험천만한 상황을 노출했다.

동탄 메타폴리스 B동에서는 올해 2월 상가동에서 불이 나 4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던 곳이다.

14일 관람객, 메타폴리스, CGV측에 따르면 지난 5일 오전 10시쯤 메타폴리스 A동 3층에 입점해 있는 패밀리레스토랑 주방에서 조리도중 불이 냄비에 옮겨 붙으면서 불길이 치솟았다.

불의 전조는 30여분 전부터 감지됐다. 오전 9시30분쯤 매캐한 연기와 함께 무언가 탄 냄새가 상가에 퍼지면서 건물 보안팀 직원들이 출동한 상태였다. 불이 난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레스토랑 측은 소화기로 5분여 만에 불을 껐으나, 연기가 3층을 뒤덮으며 화재경보기가 작동해 소방차 등이 긴급 출동하기도 했다. 건물은 1~4층 중앙이 오픈된 구조여서, 3층에서 발생한 연기는 순식간에 4층 전체로 퍼졌다.

대부분 상가점포는 10시 문을 열지만, 4층 CGV영화관은 10시 전부터 조조영화 관람객 입장을 허용해 이날 8개 스크린에 있던 관람객은 모두 900여명에 달했다.

화재경보음은 건물 전체에 약 2분 울렸지만, 안내방송과 관람객 대피를 유도한 10분 남짓한 과정에서는 여러 문제점을 드러냈다.

영화 관람객 수백명이 동시에 영화관 좌측 비상계단 1곳에 몰렸고, 뒤편 옥외계단 1곳에도 수십명이 몰렸다. 대피하던 인파는 입장 관람객, 그리고 대피 도중 환불을 요구하며 통로를 가로막는 일부 관람객들과 뒤엉키며 아찔한 상황을 연출했다.

4층에는 모두 4곳의 비상계단과 2곳의 옥외대피소가 있지만 전체를 활용하지 못했다.

4개 상영관(3~6관)에서는 영화관 직원들의 대피 안내조차 없어 수백명의 관람객들은 비상상황을 알지 못했다. 특히 대피안내가 없었던 한 상영관에서는 뒷좌석 관람객이 밖 소동을 확인하고 관람객들에게 "불 났으니, 대피하라"며 급박한 상황을 전파하기도 했다.

관람객 A씨는 "상영관으로 누군가가 들어와 대피를 지시하거나, 안내하는 사람이 없었다"면서 "대피 유도 직원도 1명밖에 보이지 않았고, 몇 백 명의 사람들이 한쪽 비상구로 몰리면서 '이러다 압사당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순간 들 정도로 아찔했다"고 분개했다.

CGV 관계자는 "당시 화재경보음이 울려 대피하던 4층에서는 아르바이트생 2명이 근무했고, 4~5명의 3층 매표소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였다"며 "매뉴얼에 따라 상영관별로 순차적인 대피 유도를 하던 중 상황이 종료돼 나머지(3~6관) 상영관에 대해서는 별도 안내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CGV측은 전체 이용객 900명중 약 300명이 대피했고, 당시 관람객들에게 순차적으로 환불조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2월4일 오전 11시쯤 발생한 메타폴리스 주상복합상가 B동 불은 3층 뽀로로파크 철거 공사 중 발생했다. 이 불로 거주하던 100명이 대피했고, 이 중 남녀 4명이 숨지고, 40여명은 연기를 흡입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안상아 기자 asa88@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