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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빠진/ 갯골에서// 저어새가 젓가락 같은 다리로 서서/ 주걱 같은 부리로 뻘탕을 휘젓고 있다// 어미 저어새가 그만 먹으라고 해도/ 새끼 저어새는 아직 더 먹어야 한다고/(…)/ 턱 턱 턱, 철게를 먹고/ 꿀꺼덕, 갯지렁이를 삼킨다// ? 함민복 시인의 시 <저어새>일부

환지통처럼 제 존재를 알려오는 북성포구다. 어느 시인을 따라 북성포구 골목을 들어서던 때부터 비밀공간처럼 품은 포구였다. 먹을 사람도 없는데 생새우를 소금에 절여 사오기도 하고, 은빛 나는 병어를 사기도 했다. 횟집에 앉아 일렁거리는 바다 끝에 가라앉는 해를 바라보며 마음을 다독이기도 했다. 그런 포구에 매립 소식이 끈질기게 들려왔다. 그러면서 시민사회와 주민의 갈등을 부추겼다. 악취와 오폐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민원은 땅값과 보상 문제로 바뀌면서 양상은 바뀌었다.

매립 이야기가 나오기 전까지 북성포구는 죽어가는 갯벌을 살리고, 악취나 오폐수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소박한 민원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매립이 이야기되면서 양상은 달라졌다. 자본주의 사회에 돈이 등장한 것이다. 모든 매립이나 건설에는 필연적으로 지역주민 간 갈등을 부추기고 등을 돌리게 한다. 수십 년을 바다만 보고 장사했던 상인들은 보상은커녕 무단점거로 인한 형사처벌을 받게 되었고, 일부 주민은 북성포구로 가는 시민을 막아서며 욕설을 하는 사태로까지 변질되었다.

북성포구와 주변지역의 환경문제의 근본 원인은 주변공장, 조선수리소에서 발생하는 악취, 만석고가도로에서 발생하는 분진, 북성포구 갯벌로 유입되는 정화되지 않은 공장폐수와 생활하수로 인한 것인데, 이런 환경문제에 대한 대책은 없이 갯벌만 매립하려 든다. 바다는 여전히 하루에 두 번 물이 들어오고 나가며 인간의 온갖 쓰레기를 가져가는데, 사람들은 포구가 개인의 것인 양 막아서며 돌아가라고 소리친다. 얼마 전 북성포구는 한국환경기자클럽과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주최하고 환경부와 문화재청이 후원하는 이곳만은 꼭 지켜야 할 자연유산이자 문화유산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최종 선정됐다. 한번 매립을 하면 다시 걷어내는 일은 쉽지 않다. 한번 부숴버리면 다시 복원하는 일은 요원하다. 통증을 기억해야 한다.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