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LNG 가스누출 '늦장 보고'에 '사고 축소'까지
안전공사 외 보고의무 없어 … 행정체계 개선 지적
지난 5일 한국가스공사 인천생산기지에서 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인천시와 연수구가 가스공사에 먼저 사고 여부를 물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공사는 문의를 받고 나서야 다음날 시와 구에 '늦장' 보고했다.
더구나 초기 보고에는 가스 누출 규모·탱크 손상 여부 등 중요한 내용이 빠졌고, 구두로 '자체 조치에 따라 안전하게 처리했다'는 점만 강조했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13일 인천시와 연수구 등을 통해 지난 5~6일 사고 일지와 당시 보고 내용을 살펴본 결과, 시와 구는 사고가 발생한 지난 5일 오후 9시 사고가 났다는 사실을 '동향보고' 형태로 처음 전달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이를 알린 기관은 가스안전관리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 '한국가스안전공사'였다.

이 동향보고에는 일시, 장소, 누출확인, 조치사항(가스공사), 향후 대책만 짤막하게 담겨 있다. 전문용어로 작성되다보니 일반인은 어떤 사고인지 알아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시 관계자는 "담당자 휴대전화 문자로 전달받았다"라며 "무슨 말인지 잘 몰라 받자마자 가스공사에 문의했다"고 말했다. 구도 당시 같은 형태로 내용을 전달받았다.

가스공사는 5일 밤 이러한 문의를 받고나서야 6일 오전 시와 구를 찾아 보고했다. 시에는 간단한 사고 개요와 함께 이미 조치가 끝나 안전하다고 구두 보고했다. 구에도 동향보고 수준의 두 장짜리 문서를 건넸다.

당시 보고에는 탱크 압력 상승, 안전밸브 작동, 정밀점검 예정 등의 내용만 담겨있었다. 가스가 얼마나 누출됐는지, 탱크가 손상됐는지에 대한 내용은 빠져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시 관계자는 "가스가 아주 조금 누출된 듯한 보고였다"라며 "초기 보고만 봐서는 누구라도 심각하다고 생각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구 관계자는 "안전공사가 말해주지 않았으면 우리도 사고 사실을 모르고 그냥 넘어갈 뻔 했다"라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가스공사는 사고 사실을 안전공사에만 알리게 돼 있다. 보고 의무가 없다 보니 사고 사실을 늦게 전한데다, 내용도 부실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공사 관계자는 "법에 따라 사고 사실을 알려야 할 기관에 통보했다"라며 "축소보고라고 보기 어려우며 사실을 그대로 전달했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의 인천시 재난안전본부 행정감사에서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재난안전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용범(민·계양3) 의원은 "시 재난컨트롤타워인 재난안전본부는 사고 7일 후인 12일 밤 9시30분에서야 사실을 인지했다"라며 "공조체계가 아예 없던 것 아니겠느냐. 전반적인 사고대응 매뉴얼을 조속한 시일 내에 보완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박진영·곽안나 기자 erhis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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