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루 지음, 통나무, 288쪽, 1만5000원
"김미루는 나의 딸이다. 3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으니까 나의 귀여움이 쏠렸으리라는 것은 연상키 어렵지 않을 것이다. 미루는 이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몇 분 안되어 나를 보고 웃었다. 나로서는 참으로 기묘한 체험이었다. (중략) 그 순간 나는 이 아이가 심상치는 않다고 여겼고, 독특한 신체적 매력을 지니게 될 것 같다고 예측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름도 '더욱 누추해지기를'이라는 뜻으로, 더욱 미(彌), 누추할 루(陋), '미루'라고 지었다. 그런데 이 미루가 커서 온 세계의 누항(陋巷)만 쑤시고 다니는 아이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도올 김용옥 한신대학교 석좌교수가 딸의 새 책 <김미루의 어드벤처-사막, 그 빈자리를 찾아서>의 출간을 맞아 쓴 서문의 일부다.

이 책은 김미루가 2012년 아프리카 말리의 사하라사막 팀북투 지역과 몽골의 고비사막을 무작정 탐험한 이야기를 엮은 것이다. 이 책에서 김미루는 사막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고, 그곳을 찍은 다양한 사진들을 보여준다.

광활한 사막에서 작가가 느닷없이 맞닥뜨린 다양한 에피소드들도 소개된다. 그리고 자신의 사진작품 활동을 한다. 그것은 그 환경 속에 자신의 행위를 동화시켜야만 하는 것이다. 작가는 이 모든 상황을 담담히 말하듯이 풀어낸다. 이 기록에서 우리는 작가가 전달하려는 작품의 메시지와 그 작품이 탄생하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관전할 수 있다.

이 책은 저자의 예술세계에서 새로운 형식의 작품이다. 지금까지 작가는 이미지나 퍼포먼스를 통하여 작품을 표현했다면, 이번에는 언어를 사용한다.

김미루의 글쓰기는 다른 깊이를 준다. 작가 내면의 의식은 물론 어떤 부분의 심층의식까지도 들려준다. 독자에게 상황을 조곤조곤 설명하기도 하고, 수줍은 듯 속삭이듯이 은밀하게 말을 걸어온다. 서사는 담담하고, 묘사는 매우 정성스럽고 간곡하다.

김미루의 감성은 문학에서도 빛을 발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사막은 나에게 위대한 해독제였다. 사막을 헤매지 않으면 아니 됐던 또 하나의 이유는 인간 언어로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막대한 아름다움"이라며 "뉴욕의 삶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나의 기억이 사라지는 것이 매우 애처롭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의 모험을 글로 써서 남겨야겠다고 생각했고 사막에서의 나날을 생각하면 그냥 꿈만 같다"고 밝혔다.

저자 김미루는 현재 뉴욕에서 사진작가와 화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2007년 뉴욕타임스가 하나의 '전설'로 소개할 정도로 탄탄한 예술세계를 구축하여 세계적으로 부상한 작가다.

서울에서 유년시절을 보냈고, 금란여중 재학 중 도미하여 매사추세츠주 앤도버 필립스 아카데미를 거쳐 컬럼비아대학 불문학과를 졸업했다. 이어 아버지의 권유로 의학을 전공했으나 자신의 소질과 희망에 따라 프랫 인스튜트에서 서양화를 공부했다.

이스트 리버 미디어에서 그래픽디자이너, 사진작가로 활약하면서 뉴욕의 지하세계와 도시의 버려진 공간을 탐험하는 실험적 예술을 추구했다. 이때 뉴욕타임스 전면 인터뷰 기사로 소개되어 널리 주목을 받았다.

/여승철 기자 yeopo99@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