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통 비우고 1년 간 정밀진단 필요한 상황에도
사고 다음날 市區에만 뒤늦게 보고 … 시민은 몰라
현장 도착 소방대원에겐 "자연스러운 불길 현상"




한국가스공사 인천기지본부(인천생산기지)가 지난 5일 발생한 가스 누출 사실을 몇몇 기관에만 은밀하게 알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탱크 하나를 통째로 비우고 1년 넘는 정밀진단이 필요할 정도의 중대한 사고였어도 인천시민에게는 1주일 가까이 지나서야 알려졌다. 비판 여론이 집중될 것을 염려해 '조용히' 넘어가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2005~2006년 가스 누출 은폐사건과 유사한 모양새다.


▲인천시·연수구에만 알려

12일 공사가 내놓은 설명자료에 따르면, 공사는 사건 발생 하루가 지난 6일 오전 인천시와 연수구에 조치현황을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도시가스사업법에 따르면 공사는 액화천연가스(LNG) 저장탱크에서 도시가스가 누출되면 반드시 관련 내용을 지방자치단체장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공사는 "조치현황을 상세하게 보고했다"라고 밝혔으나, 당시 보고 내용이 구체적이진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는 메뉴얼에 따라 시와 구에 알렸다고 밝히고 있다. 문제는 '매뉴얼'이 아니라 사고 사실을 가장 먼저 알아야 할 인천시민은 사고 사실을 까맣게 몰랐다는 점이다. 공사는 언론보도로 사고 사실이 밝혀지고 취재가 집중되자 뒤늦게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사고 설명 없이 소방차 돌려보내곤 '재난경보'

공사가 사고 사실을 숨긴 채 소방차를 돌려보낸 것으로 추측되는 정황도 포착된다.

인천소방본부는 지난 5일 오전 7시49분 'LNG기지에 불이 났다'는 신고를 받고 소방대원들을 급파했다. 사고로 누출된 LNG를 연소탑으로 배출하며 태우자, 화재 신고가 접수된 것이다.

소방대원들은 5일 오전 8시3분 인천기지에 도착했지만 곧 발길을 돌려야 했다. 공사 관계자가 소방 측에 '자연스러운 불길 현상'이라고 설명했기 때문이다.

가스 누출 사실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대원들이 출동했다가 관계자 만나서 설명을 듣곤 돌아왔다"라며 "가스 누출 때문이라는 설명이 없었다. 자연스럽게 불길이 났다고 했다"고 말했다.

공사는 소방대원이 도착한 직후인 5일 8시15분 재난경보단계 '경계'를 발령했다. 공사 관계자는 상황 악화에도 소방차를 돌려보낸 이유에 대해 "자체 소방대를 갖추고 있어 대응이 가능하다고 봤다"라며 "화재 위험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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