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떠나 한국서 DJ·강사 활동 … 이주여성 왕소정·윤혜진씨
▲ 올해로 한국에서 온 지 9년째라는 이주여성 왕소정(왼쪽)씨와 윤혜진씨.
왕소정 '왔다 중국인'서 中가요 알리미

윤혜진, 동화를 한국·베트남어로 소개


먼 고향을 떠나온 다문화 이주여성들이 낯선 한국 문화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다.

이주여성들이 사람들을 만나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는 지역 다문화센터가 전부다. 전문적인 직업을 갖기는 더욱 어렵다. 그나마 한국어가 능숙한 이주여성들은 운 좋게 통역일을 하지만 공장 제조업에 종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문화센터나 주민센터에서 진행하는 교육도 한국어 강좌와 검정고시, 운전면허 교육 등으로 한정적이다. 이처럼 이주여성들이 한국에 정착하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본인만의 개성을 살려 인터넷 라디오 DJ로 활동하는 이들이 있다.

인천 남구 주안동에 사는 왕소정(중국·36), 윤혜진(베트남·33)씨가 그 주인공이다. 왕씨와 윤씨는 올해로 한국에 온지 9년째다. 이들은 주안영상미디어센터에서 라디오 제작 교육을 받은 뒤 인터넷 라디오 DJ와 미디어 교육 강사로 나섰다.

왕씨와 윤씨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은 남구에서 운영하는 미추홀 라디오와 라디오 팟캐스트 앱인 팟빵에서 청취할 수 있다. 일부 프로그램들은 이주민방송인 MWTV에도 송출되고 있다.

왕씨는 '왔다 중국인'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중국가요를 소개하고 있다. 아직 청취자 수가 많지는 않지만 지인들 사이에서는 반응이 좋은 편이다. 그는 유투브(youtube)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해 남구가 여는 공모전에 출품하는 목표도 갖고 있다.

인터넷 라디오와 영상 제작에 관심이 남다른 윤씨는 좀 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라디오 프로그램 '책으로 여는 세상'에서는 동화책을 한국어와 베트남어로 동시에 소개하고 있다. 유튜브에서는 딸 윤정이의 일상을 공개하는 방송 프로그램 '윤정이 간다'를 진행한다.

윤씨는 미디어센터에서 교육을 받지 않았더라면 한국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다문화센터에는 이주여성들이 대부분이고 외부에서 만난 한국인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미디어 교육을 통해 라디오와 방송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된 것도 뿌듯하지만 한국의 문화를 배우고 한국인들과 소통할 수 있어 좋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인터넷·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글·사진 김신영 기자 happy1812@incheonilbo.com